이수화학(005950)이 모태인 이수그룹이 2차전지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수화학의 정밀화학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분할)해 상장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457190)의 주가가 상장 9일 만에 10배 상승하는 등 2차전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전고체 배터리 소재 ‘황화리튬(Li2S)’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수그룹은 1960년 설립 이후 60여년간 화학, 정보기술(IT), 건설, 바이오, 스마트팜 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장했다. 창업주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2000년 취임하면서 지주사 설립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수화학과 반도체 PCB 기업 이수페타시스(007660)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화학에서 인적분할된 정밀화학 및 전고체 전지소재 전문 기업이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11월 인적분할을 결정하고 석유화학 사업 부문(이수화학)과 정밀화학 사업 부문(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나눴다.
이수화학은 석유화학에 집중하고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 원료로 쓰이는 황화리튬 사업을 맡는다.
황화리튬은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Lithium-Sulfur battery)의 핵심 소재다. 리튬황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 중의 하나로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최소 2배 이상 높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은 배터리 크기를 줄여도 같은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이수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약 21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공장 부지 내에 황화리튬 시범 공장을 지었다. 20톤(t) 규모로 설계됐으며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수스페셜티케미칼의 황화리튬 상업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 투자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에코프로비엠(247540),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켈로그브라운앤루트 등과 황화리튬 개발·상용화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에코프로비엠에는 독자 개발한 황화리튬 시제품을 공급한 바 있다.
이수그룹 관계자는 “황화리튬의 상업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 투자 지역 및 규모는 아직 미정이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책 동향과 전방 산업의 움직임을 보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황화리튬 시범 공장 준공 이후 여러 회사와 시제품 공급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연내 본격적인 공급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전자제품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이수페타시스도 반도체 경기 회복세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호조에 힘입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인텔 등을 고객사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989년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개시해 30년 넘게 PCB 제조 및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에 필요한 고다층 메인보드 기판(MLB) 생산에 강점을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상범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우그룹 국제법무실장까지 지낸 인물로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회사를 맡은 뒤 사업 재편을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최근 미중 갈등 속에 북미 기업들이 비중국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수그룹 포트폴리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