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분당선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는 사고로 14명이 다친 가운데, 에스컬레이터의 유지 보수를 맡은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현행법상 공공 부문의 에스컬레이터 유지 보수는 중소기업만 할 수 있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승강기 업체는 에스컬레이터 생산 거점을 중국에 두고 있다. 대기업은 자사가 개발한 제품을 중국 법인에서 생산해 들여온다. 중소기업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생산자 개발방식(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으로 제품을 들여온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생산 기반은 사실상 붕괴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한국에 설치된 승강기는 82만1004대다. 이중 에스컬레이터는 3만3459대, 무빙워크는 5860대다. 나머지는 대부분 엘리베이터다.
공공부문 승강기 입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만드는 주요 대기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케이엘리베이터,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이다. 이들 5개 회사는 새로 설치되거나 교체되는 에스컬레이터 시장의 80% 안팎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수내역 2번출구 에스컬레이터는 중국에서 ODM 방식으로 들여오는 중소기업 A사 제품이다. 최근엔 한선엘리베이터 등 중국 회사가 직접 지사를 내고 한국 영업을 하며 설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에스컬레이터 제품 연구개발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들이 보유한 기술인력은 대부분 제품을 설치하기 위한 현장 설계 등만 담당한다. 이 때문에 승강기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생산 과정의 불량인지 국내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내역 사고 에스컬레이터를 판매한 A사도 자체 기술 인력은 현장 설계 업무만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산이 늘면서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 운전 정지도 잦아졌다. 고장으로 방치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한국철도공사가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 복구까지 1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 고장은 총 357건. 이 중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수급이 늦어져 복구가 2주 이상 걸린 경우는 80건이다. 이 중 79건이 중국 부품 문제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한 승강기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은 공공부문의 경우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 규정 때문이다. 전체 승강기 82만대 중 70%인 약 58만대만 대기업 5사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고 있다.
유지보수 시장은 영세한 기업이 난립해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등록된 유지관리업체는 879개로 이중 약 800개가 중소기업이다. 이들 업체는 각각 수백대에서 수천대의 승강기를 관리하는데, 30명 미만의 직원을 둔 업체가 대부분이다.
영세 업체간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매년 승강기표준유지관리비를 정해 공표한다. 올해는 1개월 한 대 기준으로 공동주택 엘리베이터는 18만8000원, 판매운수시설 에스컬레이터는 34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승강기표준유지관리비는 강제성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잦은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는 승강기마다 월 1회 자체 점검을 하고 고장발생 시 수리해야 한다. 야간·휴일 고장 대기 및 긴급출동 등의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 업체의 경우 1900대의 승강기를 관리한다. 구직사이트에 나타난 이 회사 현황은 2018년 기준 직원은 22명, 매출액은 19억원이다. 올해 채용 공고상 직원의 연봉도 2500만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