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급등한 항공권 가격이 향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에 줄었던 항공기 수가 다시 늘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가격이 비싼 지속 가능 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 의무로 기재 유지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들이 신기재 확보에 나서면서 항공기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주문이 밀려 있고 최근 보잉의 항공기 드림라이너는 결함이 발견돼 인도가 더 늦어지기도 했다.
한국 국적사도 항공기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보다 적다. 올해 초 기준 주요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는 총 319대로 2019년 348대보다 8.3%(29대) 적다. 항공기가 줄면서 공급 좌석 수도 줄었다. 지난 4월 국적사 공급석(출발·도착)은 1024만3470석으로, 2019년 같은 기간 1227만2262석의 83% 수준이다.
신기재를 도입하지 못한 항공사가 임대로 눈을 돌리면서 항공기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영국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에어버스 A320-200과 보잉 B737-800NG의 임대료는 각각 21%, 32% 올랐다.
항공업계에 대한 세계적인 탄소 절감 요구 또한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앞으로 10~15년간 국제 항공 요금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값비싼 SAF 사용이 확대되면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AF는 석유·석탄 등 화석 자원이 아니라 동물·식물성 기름과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지만, 아직 생산량이 적고 단가가 3~5배 정도 비싸다. 2025년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의무 포함 비율은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올라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SAF를 항공기에 주입하는 국적사는 대한항공(003490)뿐이다. 그마저도 파리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때 소량 섞는 정도다. 향후 유럽 노선 취항을 계획 중인 티웨이항공(091810)과 파리 노선을 운항하는 에어프레미아는 SAF 도입을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 항공업계는 정부에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5년부터 국내에서도 SAF를 생산하겠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유럽 국적의 외항사는 SAF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와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여객이 패키지 관광상품을 결제하면 일부 금액을 SAF 구매에 할애하는 방식이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최근 롯데관광개발(032350)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국적사 KLM은 하나투어(039130)와 업무협약을 맺고 SAF 이용 활성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