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형 인공지능(AI) ‘챗GPT’처럼 글 그리고 그림·영상을 만들어 내는 AI를 ‘생성AI (Generative AI)’라고 한다.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둔화에도 미국 내 생성AI 스타트업 110곳이 26억달러(약 3조4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챗GPT 등장 이후 투자 열풍이 더 거세져 생성AI 분야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주목해야 할 생성AI 업체들을 소개한다.
생성AI 스타트업 유니콘 살펴보니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포함해 생성AI 유니콘은 이미 최소 6곳에 이른다. 이 중 앤트로픽과 재스퍼는 창업 2년 만에 유니콘 경지에 올랐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서로 다른 생성AI 유니콘에 투자하거나 제휴한 것으로 나타났다.
1│앤트로픽(Anthropic)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온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290억달러(약 3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넘사벽(엄청난 격차)’을 뒤쫓는 스타트업이 2021년 오픈AI 출신이 설립한 앤트로픽(Anthropic)이다. 창업자인 다리오 아미데이와 다니엘라 아미데이는 남매로 각각 4년, 2년가량 오픈AI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앤트로픽은 ‘안전한 Al’의 기치를 내걸고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 중이다. 미국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챗봇 클로드에는 ‘헌법AI(Constitutional AI)’로 명명된 기술이 적용됐다. 헌법AI는 ‘유익함’ ‘비폭력’ ‘자율성’ 등 10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올 초 챗GPT 성능에 깜짝 놀란 구글이 앤트로픽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추가 투자하면서 이 회사의 총투자 유치 금액은 10억4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가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앤트로픽은 구글의 클라우드 시스템과 구글이 개발 중인 차세대 AI 칩 등을 사용하면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동맹의 확대를 저지하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2│허깅페이스(Hugging Face)
프랑스 AI 업체 허깅페이스는 원래 10대를 겨냥해 챗봇을 만드는 회사였다. 2016년 설립됐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기회는 챗봇에 사용했던 언어 모델을 오픈 소스로 공개한 후 찾아왔다. 머신러닝(기계 학습) 연구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허깅페이스는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세트와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생물학·화학 등에 걸쳐 10만 개의 사전 훈련된 모델과 1만 개의 데이터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허깅페이스는 지난해 5월 럭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시리즈 C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 20억달러(약 2조6800억원)를 인정받았다. 45개국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빅사이언스(Big Science)’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언어 모델 ‘블룸(Bloom)’이 세상에 나오는 데도 기여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허깅페이스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이 회사의 몸값은 더 올라가고 있다. AWS는 자사 클라우드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회사에 블룸 등 허깅페이스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MS가 자사 클라우드 ‘애저’에 오픈AI의 챗GPT를 탑재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허깅페이스는 한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에이아이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허깅페이스의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
3│재스퍼(Jasper)
2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Pier) 27. 생성AI 업체 재스퍼가 개최한 ‘생성AI 콘퍼런스’는 1000여 명이 넘는 참여자로 북적였다. CNBC는 “5%에 육박하는 금리와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으로 기술 업계가 크게 가라앉아 있는데, 이날 콘퍼런스만큼은 미래를 낙관하는 군중으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2021년 설립된 재스퍼는 오픈AI의 언어 모델인 ‘GPT3′를 활용해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특화한 문자 생성AI ‘재스퍼’를 제공하고 있다.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용 게시물, 웹사이트 문구 등을 만들어 준다.
재스퍼는 ‘10배 빠른 생산성’ ‘AI 카피라이터’를 내세워 단숨에 사용자 7만 명을 모았다. 유료화에도 성공했다. 재스퍼는 1만 단어까지는 무료고 10만 단어를 초과해 생성하려면 월 82달러(약 11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7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스퍼는 ‘재스퍼 포 비즈니스(Jasper for Business)’ 제품군을 출시했다. 구글 독스처럼 문서 공동 작업을 지원하는 ‘재스퍼 포 팀스’, 기업 스타일에 맞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제작해주는 ‘재스퍼 브랜드 보이스’, 각종 온라인 문서 및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과 연동해 쓸 수 있는 ‘재스퍼 에브리웨어’ 등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1억2500만달러(약 1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17억달러(약 2조28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텔스 모드 창업 회사도 ‘눈길’
4│하비(Harvey)
스텔스 모드(stealth mode·비밀)로 있다가 최근 공개 활동에 나선 극초기 생성AI 스타트업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픈AI가 투자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는데 첫 투자 대상(500만달러·약 67억원)이 하비였다. 하비는 반독점 소송 변호사와 메타·딥마인드 연구자가 공동 창업한 AI 변호사 개발 업체다. 평이한 자연어로 각종 업무를 시킬 수 있는 ‘조수 변호사’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5│타입페이스(Typeface)
어도비 최고기술담당임원(CTO)이었던 압하이 파라니스가 지난해 6월 조용히 시작한 타입페이스도 최근 시리즈 A 투자에서 650만달러(약 87억원)를 모으며 공개 행보에 나섰다. 타입페이스는 블로그·인스타그램·링크드인 등 기업용 마케팅 콘텐츠를 생성해주는 AI를 만들고 있다. 기업 고객도 유치했다. 세쿼이아 베너핏그룹(Sequoia Benefits Group)은 타입페이스를 활용해 웹 사이트 5개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었다. 파라니스 타입페이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예전엔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10년 이상 포토샵(어도비의 그림 도구)을 마스터해야 했다. 이제는 아니다. 회사 업무에 생성AI를 통합해도 될 만큼 AI 기술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