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제조기업 아세아제지(002310)가 소액주주들과 분쟁을 겪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는 전현직 경영진이 회사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분 6% 이상을 모은 소액주주 연대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감사를 선임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일 아세아제지 소액주주 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회사 측에 이병무·이윤무 명예회장, 이훈범 회장, 이인범 부회장 등 전현직 이사진 8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이 지난 2007~2012년 동종업계 기업과 골판지·골심지 판매가격, 고지 구매가격을 담합해 회사에 27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했기 때문에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세아제지 이사진. 왼쪽부터 이병무·이윤무 명예회장, 이훈범 회장. /아세아그룹 제공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경영진이 과징금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가 승소해도 과거 지불했던 과징금에 대한 배상은 주주가 아닌 회사가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 연대 측은 "주주가 직접 이익을 보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진의 잘못으로 지출했던 비용을 회사가 다시 받음으로써 현금흐름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아제지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결성됐다. 아세아제지의 미흡한 주주환원책이 배경이 됐다. 이날 오전까지 총 339명의 주주가 모였다. 주식 수는 총 57만6337주, 지분율은 6.435%다.

일러스트=손민균

소액주주 연대는 아세아제지가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냈고 오너 일가는 동종업계, 코스피 평균 대비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주주 배당은 늘리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세아제지는 최근 3년간(2020~2022년) 영업이익이 657억원→939억원→1094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같은 기간 이인범 부회장의 보수 총액은 5억2200만원→7억1100만원→10억63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연결 기준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1.6%→8.9%→9.5%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엔 배당 성향이 전년 대비 소폭 늘었고 총액도 90억원가량으로 전년(81억원) 대비 9% 늘었으나 이 부회장의 보수총액이 같은 기간 49.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그래픽=정서희

동종업계 기업들은 최대 40%대 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한솔제지(213500)는 지난해 총 166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배당 성향은 22.5%였다. 지난해 6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무림P&P(009580)는 94억원을 배당했다. 영업이익이 300억원에 그친 2021년에도 총 78억원을 배당했다. 배당 성향은 41.9%에 달했다.

이에 아세아제지 소액주주 연대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중간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의 요구를 담은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에 아세아제지는 주총 일주일 뒤에 5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NH투자증권(005940)과 체결했다. 아세아제지가 주주 요구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소액주주 연대는 "매입 규모가 턱없이 작다"며 규모를 10배로 키우고 소각 일정 등을 제시하라는 내용의 2차 주주 서한을 지난 4월 보내고 회사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는 전날 비영리단체 설립도 마쳤다. 소액주주 연대 측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이에 드는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점차 규모를 키워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6%가 넘는 지분이 모인 만큼 소액주주 연대는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해 감사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분 3% 이상의 주주는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또 감사 선임안의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최대 3%로 제한된다. 아세아제지의 오너 일가 지분은 절반에 달해 대부분의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감사 선임에는 의결권을 지분만큼 행사할 수 없다. 소액주주 연대는 감사를 선임해 아세아그룹 내부거래 여부, 여러 계열사에 겸직 중인 상근 임원의 출근 여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아세아제지 측은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배당 규모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향후 검토할 것"이라며 "배당 규모는 회사의 경영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 규모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