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위한 첫발을 뗐다. 다만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설득해야 하고, 용지 확보 이후에도 기술 개발은 물론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철강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처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오전 경북 포항시에서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포항국가산업단지 변경안(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 관련 주민 합동설명회가 열렸다. 포항제철소에 남은 용지가 거의 없어 포스코는 바다를 메워 수소환원제철소 용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체 매립지 면적은 135만㎡(약 41만평) 규모다. 매립비와 수소환원제철소 건립까지 총사업비만 20조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이날 설명회에서 환경영향평가서, 교통영향평가서 등을 주민에게 공개하고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포항 지역사회에선 환경보호를 위해 포스코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빠르게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포스코는 다시 주민합동설명회를 마련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024년 3월까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같은 해 4월부터 매립지 침식을 방지하는 호안(護岸)을 쌓기 시작해 2030년까지 매립지 1차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2031년부터 매립지 위에 수소환원제철소가 지어진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Fe₂O₃)에서 산소(O₂)를 떼어내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꾸는 기술이다. 환원제로 석탄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는데, 수소를 활용하면 물(H₂O)만 나온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데모 플랜트(시험 설비)에서 고유의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모델인 '하이렉스(HyREX)'를 연구·개발해 2030년까지 상용화 가능성 검증을 마칠 계획이다.
철강기업의 탄소감축은 친환경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를 시작으로 가전, 조선 등 대부분의 수요 산업은 저탄소 철강재를 요구하고 있다. 또 EU 역내로 수출하는 철강 제품에 탄소배출량만큼 비용을 메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추진되면서 기존처럼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재가 설 곳은 갈수록 좁아질 전망이다.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비용 부담이 크다. 사실상 제철소를 새로 짓는 작업이어서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수십조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나 2차전지가 국가전략기술인 것과 달리 수소환원제철은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있다. 관련 투자에 대한 기본 세액공제가 국가전략기술은 15%, 신성장·원천기술은 6%로 차이가 크다.
해외는 지원을 늘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에서 포스코와 함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SSAB)는 연산 130만톤(t) 규모의 DRI(직접환원철) 설비를 건설하는 비용 중 20%(약 1900억원)를 EU 혁신기금으로 지원받았다. 독일 철강기업 잘츠기터(Salzgitter) 역시 연산 190만t 규모의 DRI 전기로를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의 58%(약 1조4000억원)가 독일 정부에서 나왔다. 일본 정부도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철강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해 10년간 3조엔(약 2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공급하는 것도 과제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면 연간 500만톤(t)가량의 수소가 필요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모두 생산하기가 어려운 양으로, 수입이 불가피하다. 수입 시 그린 수소 가격이 ㎏당 3달러 안팎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 포스코는 그린 수소를 1㎏당 2달러 이하로 들여와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신규 청정 수소 생산시설 투자금의 최대 30%나 수소 생산량 1㎏당 3달러를 공제해 주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한국도 정부 차원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 등은 천문학적인 지원을 통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나아가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며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국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