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계속 늘어나자 이를 대신 처리해 주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수거부터 운송·재활용까지 사업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폐기물에는 쓰레기·연소재·폐유·폐산·폐알카리·동물의 사체 등이 포함된다.
29일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1억9738만톤(t)으로 전년 대비 193만톤, 5년 전 대비 4075만톤 늘었다. 전체 폐기물의 43%를 차지하는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폐기물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배출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최근 3년간 연평균 11.7% 늘면서 전반적인 증가세를 이끌었다. 8.5%인 생활(가정) 폐기물도 같은 기간 평균 3.6% 증가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삼정KPMG가 발간한 'ESG 시대, 폐기물 처리업의 주인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주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2017년 대비 280% 상승했다. 폐기물 처리 기업은 각종 폐기물을 수집·운반한 뒤 재활용하거나 소각·매립하는 기업을 말한다.
폐기물 처리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스타트업은 주로 수거와 선별,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커버링'과 이듬해 설립된 스타트업 '어글리랩'은 생활 폐기물을 대신 버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 폐기물에는 종량제 방식으로 배출하는 쓰레기와 음식물 폐기물, 재활용가능한 폐지·폐유리병 등이 포함된다. 고객이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혼합된 채로 전용박스에 담아 문 앞에 두면, 수거·분류·세척 과정을 거쳐 처리업체로 보내는 방식이다.
두 기업 모두 기본요금 2500원에 폐기물 100g당 140원을 부과하는 등 유사한 요금체계를 갖고 있다. 혁신의숲 거래 데이터로 보면 올해 4월 거래건수는 커버링이 1900건, 어글리랩은 1800건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000여 건, 400여 건 증가했다.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같다'는 대형 폐기물 수거 서비스 '빼기'를 제공하고 있다. 버릴 품목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수거 금액을 결제한 뒤 정해진 배출장소에 이용자가 직접 버리면 된다. 운반하기 어렵거나 양이 많으면 이용자 대신 운반해 주기도 한다.
파트너사와 협업해 중고로 판매가 가능한 폐기물을 매입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사진과 함께 폐기물 정보를 입력해 매입을 신청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빼기는 지난달 688건이 거래됐다. 1년 전(863건)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전월(611건) 대비로는 증가했다. 고객이 지난달에 빼기의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지출한 평균 가격은 8만5000원이다.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작년 5월에는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총 누적 투자금은 51억원이다.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리코'는 음식물 폐기물을 수집해 재활용하는 서비스 '업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사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수거해 사료나 바이오디젤 및 가스, 퇴비 등으로 재생산한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수집한 각종 데이터는 자체 제작한 소프트웨어로 고객에 제공한다.
현재 리코는 파크 하얏트 서울과 하림 제조공장 등 3000여개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리즈 B 투자로 265억원을 유치했다. 누적투자유치 금액은 300억원이 넘는다.
박진무 마크앤컴퍼니 스타트업 애널리스트는 "폐기물 처리 산업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물질을 다루는 것이라 그동안 외면 받았다"며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