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 회장이 올해 들어 4번 연속 대통령실 행사에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어 불참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사 날짜와 비슷한 시기에 출장 일정을 잡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포스코 측은 최 회장이 사전에 계획된 일정 때문에 대통령 행사에 참석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30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078930)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9개 그룹 총수가 참석했다. 포스코는 자산 총액기준 5위 그룹으로, 주요 10대 그룹(농협 제외) 총수 중에서는 최 회장만 빠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 회장이 해외 출장으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고 해 초청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13일 포스코인터내셔널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포스코는 최 회장이 인도로 출장을 가 참석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인도 JSW사의 비자야나가르 제철소를 방문하고 지난해 공장 수해복구에 도움을 준 샤잔 진달 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로 인한 공장 복구가 늦어지자, 샤잔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쟌 회장은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포스코에 내주며 공장 복구 시점을 앞당겼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인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모럴 해저드(moral harzrd·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KT(030200)와 포스코를 겨냥한 비판이 계속됐고, 포스코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을 위한 '선진지배구조 TF(테스크포스)' 발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최 회장은 지난 1월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7년 만에 이 행사에 참석했는데, 주요 그룹 중에서 최 회장과 구현모 전 KT 대표만 불참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들에 초청장을 돌리고 참가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KT는 실무자 실수로 불참하게 됐다고 발표했고, 포스코 측은 명확한 불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후 1월 14~21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도 불참했다. 포스코 측은 당시 최 회장이 포항 제철소 수해복구 작업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4월 24일부터 시작한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불참했는데, 포스코를 뺀 나머지 10대 그룹 총수는 모두 동행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정기총회에 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포스코는 최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뒤 유럽 지역 사업장 점검과 해외 고객사 미팅 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최 회장의 대통령실 행사 불참이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의 최근 인도 일정에 대해 "인도를 그냥 둘러보는 거면 아무 때나 가겠지만, 샤잔 회장도 만나야 해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