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기계의 대(對)중국 수출이 올해 3월과 4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바닥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건설중장비(MTI 7251)의 중국 수출 규모는 23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2.9% 늘었다. 지난 3월에는 수출이 45.1% 증가했다. 건설기계 수출이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친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보통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2월부터 5월까지 성수기인데, 이 기간에 수출이 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올해 중국 시장 성적표가 지난해처럼 최악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 건설기계의 중국 수출은 2018년 89억8000만달러에서 2019년 57억7000만달러 → 2020년 64억5000만달러 → 2021년 43억7000만달러 → 2022년 18억7000만달러로 계속 줄었다. 중국 현지 건설기계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산 제품의 설 자리가 좁아진 데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자산부채율과 순부채율, 현금성 자산 대비 유동부채 등 ‘3대 레드라인’ 규제를 도입해 신규 대출을 제한했다. 이 여파로 대형 부동산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렸고,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등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내몰렸다. 올해 연간 성장률로 5%를 제시한 중국 정부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한국 건설기계 기업은 중국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인도 등 성장성이 더 가파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밥캣(241560),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HD현대건설기계(267270) 등은 모두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기업이 늘면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수출이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對)미국 수출 역시 45.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건설기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밀리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중국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다양한 시장을 발굴하는데 무게를 계속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