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오송역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약 15분을 달리자 LG(003550), LG에너지솔루션(373220), LG화학(051910) 로고가 붙은 '오창 에너지플래트' 간판이 보였다. 에너지플랜트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을 뜻한다. 이 공장은 연 18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물량 생산뿐 아니라 전 세계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배터리가 캐리어에 담겨 레일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제공

마더 팩토리는 신제품 양산 과정을 미리 테스트하고 공정과 기계, 생산 절차를 표준화하는 전초 기지를 말한다.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완성된 생산라인과 공장은 해외 공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초기 수율(완제품 중 양품의 비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플랜트 공장에서는 2170(지름 21㎜, 길이 70㎜) 배터리 생산이 한창이었다. 에너지플랜트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이 공개된 것은 2011년 오창 공장 전기차 배터리 준공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배터리 생산라인은 공장 전체가 레일로 연결돼 있어 가로 4㎝ 정도의 밥솥처럼 생긴 캐리어가 분주하게 원통형 캔을 나르고 있었다.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캔 안에 배터리 내용물을 넣었다. 한쪽에서는 0.5초마다 생산된 배터리의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원통형 구조물의 크기 오차나 변형 등 불량을 체크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제조는 '전극→조립→활성화→팩' 등의 공정을 거친다. 전극 공정의 시작은 믹싱(혼합)이다. 배터리 소재의 기초가 되는 양극, 음극 활물질과 용매 등을 섞어 중간재인 슬러리를 만든다. 이후 완성된 양극 슬러리를 알루미늄 포일에, 음극 슬러리를 구리 포일에 얇게 바르는 코팅 과정을 거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슬러리를 집전체에 동시 코팅하는 더블 레이어 코팅(DLD)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코팅이 완료되면 두 개의 커다란 압연 사이로 전극을 통과시켜 일정하게 펴준다.

배터리 생산 공정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후 납작해진 전극을 설계된 배터리 규격에 맞춰 절단하는 슬리팅과 노칭 공정을 거친다. 노칭 공정에서는 전극을 가로로 재단해 V자 홈과 양극·음극 탭(Tab)을 만들어준다.

조립 공정에서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마치 휴지를 감듯 '와인딩' 방식으로 돌돌 말아준다. 양극 무지부에 알루미늄 탭을, 음극 무지부에 구리 탭을 붙인 젤리롤을 만들어 원통형 배터리 캔 안에 넣는다. 캔 속에는 젤리롤을 고정시키고 전해액을 주입한다. 조립이 끝난 뒤 절연 튜브를 씌워 양극과 음극을 구분시키면 원통형 배터리의 모습이 된다.

원통형 배터리 조립 공정.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마치 휴지를 감듯 ‘와인딩’ 방식으로 돌돌 말아주는 공정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말아준다

이후 전기 에너지를 활성화시키고 안정성을 확인하는 활성화 공정에 돌입한다. 이 과정은 에이징과 충·방전을 반복하며 진행한다. 에이징은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에 스며들도록 상온에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전해액이 배터리 내부에 분산되고 양극과 음극 간 이온 이동이 원활해지면, 배터리를 일부 충전해 활성화 시킨다.

마지막으로 완성차 업체의 주문에 맞게 팩 공정을 진행한다. 팩 공정은 제조된 배터리 셀을 모듈화해 팩에 넣는 과정이다.

배터리 내용물을 캐리어에 싣는 모습.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으로 약 5000명이 근무한다. 오창 에너지플랜트에는 전 세계 생산라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계속 학습하는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센터(FMCC)'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오창 공장에서는 테슬라 모델3 등에 탑재되는 2170라인이 생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창양(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을 방문해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우선 오창 1공장에 1500억원 투자해 4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2170)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또 5800억원을 투자한 오창 2공장에는 총 9GWh의 테슬라향 신형 배터리 4680 라인이 구축된다. 2공장은 6000억원을 투자해 마더 라인으로 구축한다. 마더 라인은 차세대 설계 및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험 생산뿐만 아니라, 양산성 검증도 가능해 양산 안정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새로 건설되는 모든 생산라인은 원격 지원, 제조 지능화, 물류 자동화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증설이 마무리된 뒤, 하반기에 양산이 시작되면 오창 에너지플랜트의 생산 능력은 33GWh까지 확대된다.

테슬라가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모델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조선DB

지름 46㎜, 높이 80㎜의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꼽은 차세대 배터리다.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좋다. 전기차 주행거리도 16% 늘어난다. 테슬라는 4680을 자체 생산하는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에서도 공급받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라인을 짓는 것은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간 오창 공장에는 파일럿(초도 생산) 수준의 4680라인만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목표다. 라인 투자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양산이 예상된다. 경쟁사인 파나소닉은 2024년 중 양산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