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세계 항공업계를 강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세계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약 3700억달러(약 487조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이자, 매출 규모 세계 5위인 UAE(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항공기 260대를 보유하며 65개국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500석의 A380 항공기를 가장 많이 가진 항공사이기도 하다. 항공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가장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산업이지만,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2020년 회계연도 손실액이 7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당시 직원의 30%가량을 구조조정하고 남은 직원의 급여도 삭감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에서 만난 오한 압바스(Orhan Abbas) 극동지역 부사장 역시 지난 3년을 암흑기로 기억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에미레이트항공이 당시 주 단위로 사업 계획을 수정하는 등 상황에 빠르게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코로나19 기간 운항편을 줄이는 대신 자회사인 항공화물업체 '스카이카고' 사업에 집중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여객기 10대를 화물기로 전환해 방역 물품 등을 운송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말 약 35개 노선으로 시작했던 에미레이트 스카이카고는 같은 해 7월 정기 화물 노선을 1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스카이카고는 2022 회계연도에 매출 47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동·유럽 지역은 아시아지역보다 일찍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에미레이트항공은 여객 수요 증가에 따라 2022 회계연도 기준 매출 293억달러(약 39조3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매출액이다. 탑승객의 경우 전년보다 123% 증가한 4300만명, 탑승률은 79.5%를 기록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이 현재 가파른 국제선 회복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 13개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압바스 부사장은 "동아시아 지역 국가도 각각 회복 속도가 다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방역 조치가 완화돼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초호화 서비스 수요가 높은 중국은 올해 초 봉쇄조치가 완전히 풀리며 지난 3월부터 2년 반 만에 다시 운항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여객은 유럽으로 향하는 환승 목적으로 에미레이트항공을 주로 이용한다. 압바스 부사장은 에미레이트항공의 고급 기내 서비스 마케팅을 활용해 여름 휴가철 장거리 여객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인천~두바이 노선을 2년 만에 재개하며 A380 항공기를 인천 노선에 투입하기 시작했다"며 "고급 기내 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통해 많은 탑승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은 기내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에미레이트항공의 대표 항공기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외항사 1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여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압바스 부사장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에미레이트항공은 서비스의 질과 비용을 타협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항공권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내 서비스 질을 낮추는 항공업계 분위기에 대해서는 "항공업은 단순한 교통업과는 달리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내 서비스에 대한 여객의 요구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코로나19 기간 A380을 추가로 주문하고 기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사업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0억 달러를 투자해 항공기 120대의 기내 인테리어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이후 외항사의 한국 시장 진입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다. 다만 그는 "에미레이트항공은 항상 경쟁을 환영한다"며 "경쟁은 곧 항공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압바스 부사장은 최근 유럽의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도입 의무화 법안 등 탄소 중립 요구에 대해서는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적사 중 SAF를 도입한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1월 30일 엔진 하나에 100% SAF를 사용한 보잉 항공기에 대한 시범 운항을 마쳤다. 시범 비행한 항공기 2개의 엔진 중 하나는 GE90 엔진을 활용해 SAF로 채웠고, 나머지 엔진에는 기존 제트연료가 주입됐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최근 약 2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펀드를 조성해 연료 및 에너지 관련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