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에 달하는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수주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 관계자들은 지난 11일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월성 원전과 함께 한전기술,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협력사들을 상대로 삼중수소제거설비 관련 품질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감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한수원 제공

삼중수소제거설비는 원전의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되는 중수에서 촉매 반응으로 삼중수소를 분리해 전용 설비에 안전한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지역 원전에 삼중수소제거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상용화해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캐나다뿐이다. 한수원은 지난 2월 SNN이 발주한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에 단독 입찰한 상태다. 이번 감사는 최종 도입 결정을 위한 검증 차원에서 진행됐다.

한수원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시운전을 통한 검증, 6개월간의 시범 운전 등을 거쳐 52개월 이내에 설계와 시공 등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상업 운전은 2027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17년 6월 삼중수소 생산 허가를 취득햇다. 한수원은 월성 원전 2∼4호기의 삼중수소제거설비를 가동해 약 5.7㎏, 시가로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삼중수소를 분리해 보관 중이며, 조만간 한 국내 업체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β)선을 방출해 방사선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지만, 시계나 비상구 표시 등에 쓰이는 형광 물질 제조 등 산업 목적으로도 쓰인다. 산업용 가격은 1g당 3500만원에 달한다.

원전 업계는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수주가 확정돼 한국과 루마니아의 원자력 협력 수준이 높아질 경우 향후 원전 수출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루마니아는 동부 체르나보다 원전 단지에 원전 2기를 새로 짓고, 기존 원전 2기(체르나보다 1·2호기)는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11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