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클린룸(먼지가 없는 청정공간) 관련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악화 및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고객사가 설비투자를 늦추면서 클린룸 업체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신성이엔지(011930)의 1분기 잠정실적은 매출액 1213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2%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4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클린룸 및 2차전지 드라이룸에 들어가는 팬필터유닛(FFU·공기정화장치)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클린룸 설치공사 및 기타 장비 분야까지 포함한 매출은 101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미국·유럽·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2차전지 드라이룸 수주가 늘었다. 해외부문 매출은 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수준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1분기 매출은 국내 프로젝트 지연으로 주춤했지만, 태양광·드라이룸 장비 등 해외 부문 성장으로 흑자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클린룸 시스템 전문업체인 한양이엔지(045100)도 1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46억원, 1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7%, 38.1% 증가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66.1% 증가한 185억원을 기록했다.
한양이엔지는 클린룸 배관 및 화학물질 중앙공급장비(CCSS·고순도 화학약품 공급장치), 초순수 시설, 초고압 설비 등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이다. 배관공사 및 CCSS 등 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다. 전체 매출 중 클린룸 공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사업부의 매출이 2158억원으로 84.7%를 차지한다.
1분기 호실적은 주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설비투자가 늘어난 덕을 봤다. 통상 배관공사는 FFU 등 클린룸 장비 이후 수주가 진행된다.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이 신성이엔지 등 클린룸 장비 업체와 비교해 느린 편이다. 최근 문제가 된 반도체 공장 신축 지연 등의 영향은 다소 늦게 반영된다.
한양이엔지는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평택3·4공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에 클린룸 배관공사를 했고, CCSS도 납품한다. 한양이엔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市)에 짓는 반도체 공장 클린룸 공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평택 4·5공장 공사가 시작되고 테일러 공장도 착공에 들어가면 향후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후발주자이거나 클린룸 사업 외에 별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실적이 안좋았다.
반도체 클린룸·2차전지 드라이룸 장비 분야 업계 2위인 원방테크는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8.2% 감소한 7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76% 급감했다.
원방테크는 클린룸 사업 매출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신성이엔지와 달리 해외 수주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원방테크 관계자는 "고객사인 배터리 제조 3사 중 일부가 합작회사(JV)를 세워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투자·발주가 지연되면서 저희도 영향을 받았다"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룸 설비공사 사업을 진행하는 성도이엔지도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매출은 1713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1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성도이엔지는 건설공사업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데, 건설무분의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성이엔지 같은 선발주자들은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면서 불경기에도 그나마 실적이 유지되고 있다"며 "후발주자이거나 경기변동에 민감한 다른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