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군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위협적인 군사행동을 보이면서, 태평양 연안국 정부들도 군비 증강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비 증강 경쟁이 한국 조선업계 특수선 분야에는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전망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해군은 구형 순찰 잠수함 교체 사업(CPSP)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는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변화한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600억 캐나다달러(약 58조원)를 마련해 8~12척의 신형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체 사업비의 30~50%가 선박 획득 비용으로 추정되는데, 미국과 유럽산 잠수함 가격은 1척당 3조원이 넘어 한국이나 일본산 잠수함 도입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해군 관계자 등은 지난 10일부터 사흘 동안 HD현대중공업(329180) 울산조선소,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해군 잠수함사령부 등을 찾아 3000톤급(도산안창호함급) 잠수함과 건조 시설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일본의 잠수함 건조사인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등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과 캐나다는 정상회담에서 안보·경제 협력 강화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형 재래식 잠수함 중 최첨단 모델로 평가받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경쟁 모델인 일본의 다이게이급 잠수함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필리핀 군 고위관계자와 아세안 해군 고위 관계자들이 필리핀 수빅만에서 지난 11일 열린 연합 훈련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로이터

필리핀 해군과 미 해군은 필리핀 수빅만에 해군용 수리 조선소를 들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267250)가 수빅만의 옛 한진중공업 조선소 시설을 임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2일 “HD현대가 최대 1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빅 조선소의 2개의 독(dock 선박 건조·수리 시설)에 관심을 표했다”면서 “HD현대가 올해 연말까지 수빅 조선소 입주 계획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빅 조선소를 인수한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PE) 케르베로스 캐피탈 매니지먼트(Cerberus) 경영진을 만난 뒤 한 이야기다.

HD현대가 수빅만에 해군 함정 수리 조선소를 확보할 경우, 필리핀 해군의 수명주기지원(Maintenance Repair Overhaul·MRO) 사업을 중심으로 특수선 사업 분야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필리핀으로부터 총 7449억원 규모의 원해(遠海)경비함(Offshore Patrol Vessel·OPV) 6척을 수주했고, 2020~2021년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사업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HD현대는 “MRO 사업의 연장선에서 실무진 간 의견을 나눈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태평양,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인근 수역이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면서 필리핀 해군은 물론 미 해군의 유지보수 및 물류지원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수빅만은 과거 미 해군이 30년 이상 주둔하며 사용했던 기지 부지이면서, 2019년 한진중공업이 조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23억 달러를 투자해 갖춘 550m급 독 2개 등 세계적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세안 소속 국가의 해군 함정들이 수빅만에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

수빅 조선소는 한진중공업 철수후 중국 투자자들이 구매 의사를 타진했으나, 필리핀 군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매각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일본 츠네이시중공업이 벌크선 건조 등을 위해 임차를 추진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이후 랴오닝함, 산둥함, 푸젠함 등 총 3척의 항모를 확보했고 2030년까지 최소 4척, 2035년까지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한다는 계획으로 항모 2척을 추가 건조 중이다. 미 항모 전단이 대만해협에서 1000㎞ 이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해군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중국은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필리핀과 충돌이 잦다. 중국군은 지난 2월 6일에는 남중국해의 필리핀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지역에서 식량과 군용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중국 함정이 무기급 레이저를 쏘아 갈등을 촉발했고, 지난 4월 22일에도 중국 해안 경비정이 필리핀 해안 경비정을 위협했다. 중국군은 이달 초에는 항공모함을 동원해 대만을 봉쇄하는 훈련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에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