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그룹의 ‘얼리 버드(Early bird·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로 통하고 있다. 그룹 내 방산·우주 및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 부회장은 최근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에도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요즘 아침 6시 전후에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으로 출근할 때가 많다고 한다.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본인이 관여한 사업 모두를 직접 챙기려는 김 부회장의 꼼꼼한 성격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한화그룹 제공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009830) 전략부문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전략부문 대표이사, 그룹 내 우주 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비상무이사 직함까지 달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김 부회장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본인이 등재된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1월 인공위성 개발 업체 쎄트렉아이(099320) 인수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그는 임원 재직 당시 대전 쎄트렉아이 본사에서 회의가 열릴 때마다 화상으로 참여해 의견을 나누며 경영 실무를 직접 챙겼다.

지난해 3월 한화그룹이 인수한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제조 업체 REC실리콘에도 이사회 부의장 직함을 달고 합류했다. 최근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직접 관련 회의에 들어가면서 주요 의사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재계의 모범생으로도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학업 능력이 뛰어나 압구정중학교(전 구정중학교)에서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이후 미국 내 손꼽히는 명문가 자제들이 입학한다는 세인트폴고등학교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4월 6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고등학교 재학 시절 김 부회장은 미국 전역의 중·고등학생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졸업 이후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 부회장은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0년 한화 입사 직후에도 매일 새벽 서울 종로 어학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들은 뒤 출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간 태양광과 방산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그룹 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김 부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가 꼽힌다. 지난해 기준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은 1542%다. 지난 2년간 누적 적자만 3조3683억원(2021년 1조7547억원, 2022년 1조6136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 6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701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핵심 인력 유출과 인력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렀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정규직)는 올해 3분기 말 8206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에만 대우조선해양에서 160명이 넘는 직원이 경쟁 회사로 이동했고, 특히 실무 업무의 주축인 대리 및 과장급과 특수선 설계 인력이 다수 유출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화그룹은 23일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를 확보한 대주주가 된다.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임명하는 등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