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행 재직 시절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김휘준 현 페이워치 대표가 급여 선지급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17년 넘게 금융업계에 몸담았던 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사업이었다.”
조강연 페이워치글로벌 부대표 겸 한국총괄은 김휘준 페이워치 글로벌 대표에게 제안을 받았을 당시 느꼈던 감정을 ‘충격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저소득·저신용 근로자를 위한 상품이 많지 않은 전통 금융기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업을 만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 부대표는 “금융의 도움이 절실한 저신용 근로자를 대상으로 급여 선지급(가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면서 “사업이 현실화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2020년 페이워치에 합류했고, 2021년 페이워치글로벌을 공동 설립했다”고 했다.
2019년 설립된 페이워치는 급여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워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급여 선지급을 신청하면 은행 계좌로 선지급금을 송금할 수 있고 인출·결제도 가능하다. 기업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무이자로 사용할 수 있다.
주 고객은 현장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한 달 치 급여를 월말에 받는 일반 정규직 직원과 달리 현장 근로자들은 다음 달 중순이나 말에 월급을 받는다. 급전이 필요하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페이워치를 사용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급여 중 일부를 먼저 받을 수 있다.
현재 편의점 CU를 비롯해 CJ CGV(079160), 투썸플레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노티드 도넛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페이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작년 6월 말레이시아에서 서비스를 출시했고, 말레이시아 최대 리테일 그룹인 쟈딩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 부대표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페이워치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페이워치에 합류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첫 직장인 삼성생명(032830)을 시작으로 꾸준히 금융산업에 몸담았다. 도이치증권의 홍콩 아시아본부와 시티은행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거치면서 주식상품 관리자, 재무담당 등을 맡았다. 17년 이상 주로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다.
페이워치에 합류하기 전에는 스포츠마케팅 분야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2015년 벨기에 프로축구 구단 ‘투비즈’를 인수한 ‘스포티즌’이라는 회사인데, 축구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을 제작했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서 합류했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페이워치와 공통점이 많았다.”
-급여를 어떻게 선지급하나.
“근로자들이 페이워치를 통해 급여 선지급을 신청하면 페이워치 파트너 금융기관을 통해 일부 급여를 제공받는다. 급여일에 에스크로 계좌로 월급이 들어오면 선지급금을 분리해 상환하고 잔여 급여를 근로자 계좌로 입금한다. 현재 페이워치는 하나금융그룹과 협업하고 있다.”
-서비스 개발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금융산업에 적용되는 규제가 많아서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업이나 여신전문금융업, 대부업 중 하나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업과 여신전문금융업은 자본금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으면 설립허가가 나지 않아 대부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저축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를 내놨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대부업 특성상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바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혁신금융 사업으로 등록되면서 제1금융권과 협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덕분에 신용하락 위험이 없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에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유베이스’라는 국내 최대 콜센터 회사에서 페이워치를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 서비스 도입 후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가서 퇴사자가 줄었다고 한다. 유베이스는 파트너사인 금융사·통신사 등을 통해 다양한 복지상품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사용했지만, 선지급 서비스처럼 효과가 좋은 서비스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유베이스의 직원이었던 한 싱글맘이 전한 사용 후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야 했는데 돈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 급여 선지급을 받고 해결했다고 한다. 페이워치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저희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은 페이워치를 ‘가성비 높은 금융복지’라고 평가한다.”
-현재 어떤 기업이 페이워치를 사용하나.
“최근에는 편의점 브랜드 CU와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에서 페이워치를 도입했다. CU는 전국 1만7000여 개 점포에서, CGV는 본사와 직영 121개 지점에서 페이워치를 사용한다. 노티드 도넛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페이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30개 브랜드, 해외 25개 브랜드가 고객으로 등록돼있다.
주로 현장 근무가 많은 산업군의 대형 브랜드가 페이워치를 많이 사용한다. 중소기업이나 공장, 호텔에서도 사용한다. 다양한 산업군에 선지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서 현재는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페이워치가 진출한 국가는 어디인가.
“한국을 포함해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 3개국에서 페이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전통 금융기관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6월 말레이시아 서비스 출시 후 동남아시아 최대 리테일 그룹인 쟈딩그룹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법인도 올해 하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저소득 국가일수록 반응이 좋다. 말레이시아는 신용카드가 보편화돼있지 않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도 쉽지 않아서 금융상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에게는 페이워치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 월급의 60~80%를 선지급으로 받는 근로자들도 많다.”
-페이워치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근로자나 기업들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급여를 인출할 때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인출 횟수당 500~600원 수준이다. 급여일에는 월급에서 선지급금과 수수료를 뺀 금액이 입금된다. 수수료는 근로자가 직접 내기도 하고, 기업이 부담하기도 한다.
기업에도 별도로 비용을 청구한다. 페이워치가 사실상 급여 지급을 대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구축 비용은 고용하는 근로자의 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아직은 고객유치 차원에서 저렴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는 어땠나.
“2019년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최하는 핀테크 어워즈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2020년 9월에는 유엔 자본개발기금(UNDF)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주최하는 ‘긱경제(임시직 경제) 핀테크 챌린지’에서 최종 우승했다. 긱경제 핀테크 챌린지에는 전세계 21개국에서 100팀이 넘게 출전했는데 페이워치가 아이디어만으로 우승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작년 말 미국대학기금에서 프리A 단계 투자금 950만 달러(한화 135억원)를 유치했다. 알토스벤처스나 세쿼이어캐피탈 등 벤처캐피털(VC)에 투자하는 펀드다. 페이워치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선한 금융’이라고 평가해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총 누적 투자금은 260억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는 급여 선지급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 나갈 계획이다. 선지급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슈퍼 앱(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앱)’을 만드는 게 목표다. 보험설계사나 건설노무자들처럼 전통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이들이 신용하락과 고금리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게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