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그룹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버닝썬 사건’과 소속 가수 마약 수사 무마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PD)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올해 초 신인 데뷔 프로그램 공개와 함께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K팝 걸그룹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와 더불어 그룹 트레저가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빅뱅의 지드래곤도 솔로 컴백을 예고했다. 그간 블랙핑크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긴 공백기가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 온 YG엔터는 멀티 제작 체계를 도입하면서 공백 줄이기에 나섰다.
◇ JYP가 시작한 ‘멀티 제작’, YG엔터도 구축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멀티 제작 체계는 4대 기획사 가운데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전엔 마케팅, 홍보, A&R(Artists and Repertorie) 등 부서가 각각 있고, 각 부서가 모든 아티스트의 업무를 담당했으나 제작 팀(레이블)별로 각 업무의 담당자를 둬 한 아티스트만을 위한 팀이 되게 하는 것이 멀티 제작의 골자다. 사업부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기준으로 한 제작체계로, 빠르고 유기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JYP는 2017년 그룹 트와이스를 대상으로 이들만의 전담 팀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 뒤 5개 아티스트 레이블로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 하이브(352820)도 기존 빅히트뮤직에 더해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기획사를 인수해 레이블로 만들었고 현재 국내외 8개 레이블에서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키우고 음반을 제작한다. SM도 올초 ‘SM 3.0′ 비전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YG엔터는 올해 아티스트 단위의 조직을 꾸렸다. YG엔터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니지먼트, A&R 등 부서들을 개편해 아티스트 단위 멀티 조직을 새롭게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역동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음악 산업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향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YG엔터는 “또 프로듀서센터를 신설해 보다 전문화 되고 체계적인 조직으로 제작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는 멀티 제작 체계 구축을 계기로 그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던 아티스트 활동 공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YG엔터는 아티스트들의 공백기가 비교적 긴 데다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IP(지식재산권)가 한정적이었다”며 “이 때문에 블랙핑크 활동 여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약점으로 여겨졌는데 멀티 제작 체계 도입으로 변동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日서 존재감 보이는 트레저, 데뷔 앞둔 베이비몬스터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활동 라인업이 보강되면서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오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YG엔터의 1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 1231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16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실적은 매출 4885억원, 영업이익 67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44.8% 증가할 전망이다.
블랙핑크는 돔~스타디움 규모 공연을 이어간다. 아레나 규모였던 지난해 4분기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아레나는 1만~2만명, 돔은 5만명 미만, 스타디움은 최대 10만명이 넘는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블랙핑크는 예정된 투어 일정을 소화한 뒤 앙코르 공연에도 나선다. 오는 8월 미국 뉴저지,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스타디움 공연이 추가되면서 블랙핑크는 북미에서만 10개 도시 18회 공연을 열 예정이다.
월드투어 중 공개된 멤버 지수의 솔로 음반은 선주문량만 117만장으로 멤버들을 제치고 K팝 여성 솔로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각에선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블랙핑크 재계약을 두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북미 앙코르 공연 계획이 나오면서 우려가 해소됐다.
보이그룹 트레저도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트레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본투어를 진행했다. 총 26회 공연해 31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 3월부터는 아시아 투어를 시작했다. 8개 도시에서 12회 공연한다. 트레저는 다른 4세대 보이그룹 대비 국내 음반 판매량과 북미 반응이 적은 편이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일본 돔에 입성했다. 지난 3월 발매한 싱글앨범의 일본 선주문량은 31만장으로 빌보드재팬 핫100 1위를 차지했다.
2분기 데뷔 예정으로 알려진 신인 그룹 베이비몬스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YG엔터는 베이비몬스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바이벌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는데, 두 달 만에 구독자가 180만명을 넘겼다. 연습 영상 조회수가 1000만회를 넘기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돌아온 양현석, 한한령 해제 수혜 기대감
베이비몬스터는 양현석 총괄 PD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있다. 양 PD는 YG엔터 지분 16.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이 24.92%다. 베이비몬스터 프로듀싱을 기점으로 양 PD가 본격적으로 다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YG엔터의 주요 주주 중엔 중국3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한 곳인 텐센트의 자회사 텐센트모빌리티도 있다. 텐센트모빌리티는 지분 4.31%를 보유하고 있다. YG엔터는 지난 2014년 텐센트와 업무제휴를 맺고 2016년 텐센트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았다.
때문에 YG엔터는 국내 엔터사 가운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YG엔터는 한한령 직전 중화권 매출 비중이 20%를 넘는 등 업계에서 중화권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에는 그 비중이 4.3%로 줄었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YG엔터는 한한령에 따른 타격이 가장 컸던 만큼 해제 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며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리사의 개인 팬 사이트 내 앨범 공동구매 금액은 총 57억원 수준으로, 중국 내 블랙핑크 음반 수요는 충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