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공항에서 인력 부족 사태가 길어지고 있어 항공권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이 운항편을 늘려야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는데, 공항 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항공사들은 적극적으로 노선을 확장할 수 없다. 국내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 역시 공항 지상 조업직이 부족해 해결 방법을 고심 중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세계적인 공항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제선 회복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유럽, 홍콩 등 해외 현지 공항들은 폭발한 국제선 수요를 지원할 공항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때 업무 대비 낮은 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업계를 떠나거나 파업에 돌입했다. 유럽 공항들은 떠난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올여름 휴가 기간에 항공편을 줄일 계획이다.

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미국 공항은 현재 항공 교통 관제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뉴욕 지역 공항의 관제사가 필요 인력의 55%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3대 국적사인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은 올 하반기 뉴욕 공항에 취항하는 항공편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항공업계는 뉴욕 지역 공항 항공편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현재 인력을 충원해도 훈련 기간을 고려하면 관제사들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역시 폭발하는 국제선 수요를 공항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홍콩 항공사들은 지상 조업직 채용에 목을 매고 있지만, 지난달 기준 여전히 필요한 인력의 70%만 회복된 상태로 나타났다. 홍콩은 전세계에서 항공화물 수요가 가장 많은 국가인 만큼 공항 인력충원이 시급하다. 공항 국제위원회(ACI)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 화물을 가장 많이 취급한 국가는 홍콩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공항에서 일하는 지상 조업직 인력난이 계속되며 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선 상태다. 지상 조업직 근로자들은 코로나19 당시 대부분 처우가 나은 배달업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현재 국제선을 9월까지 90% 회복할 계획이지만, 현재 인력 규모로는 불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항 지상조업직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70%다.

앞서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지난 4일 인천공항에서 지상조업 인력충원 현황을 점검하고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해야 작년 영국 히스로 공항의 수하물 대란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우리나라 지상 조업직 근로자들이 돌아와도 해외 공항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제선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좌석을 더 공급하지 않으면 현재 고공행진 중인 항공권 가격을 잠재우기 어렵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적사의 올해 1분기 국제선 운항편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63.1%까지 회복한 상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편을 늘리고 싶어도 양국 공항에서 이를 감당할 수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재 전세계 업계가 공항 인력난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