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 중소사업자 택배 시장을 놓고 쿠팡과 CJ대한통운(000120), 한진 등 물류 업계가 주도권 전쟁에 나섰다. 쿠팡이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출범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택배 사업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CJ대한통운, 한진 등 기존 택배 업계는 바이오, 직구 등 강점을 가진 특화 물류 사업에 힘을 주며 반격 채비에 나서고 있다.
6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3일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함께 ‘로켓그로스(Rocket Growth)’ 제도를 도입했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에게 제품 보관과 포장·재고관리·배송·반품 등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다.
기존에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만 로켓배송이 가능했지만 로켓그로스 제도를 통하면 일반 판매자 상품도 당일이나 익일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중소상공인들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물류창고에 제품을 입고해 포장과 배송까지 모두 쿠팡이 맡아서 해준다.
중소상공인이 별도 업체를 통하면 통상 이틀 정도 걸렸던 배송 기간은 주말과 관계없이 당일, 익일로 줄어들고 교환과 반품도 쿠팡에서 처리해준다. 상품을 1개만 입고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판매 가격과 할인율은 기존처럼 판매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물류·배송 서비스 요금은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쿠팡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강화하자, 기존 택배업계는 사업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000120)은 최근 의료기기 안전 배송에 대한 국제인증인 ISO 13485를 획득했다. CJ대한통운은 기존에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배송사업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고객 확보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제인증 취득을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배송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물류과정 중 작은 오염이라도 생기면 전량을 폐기해야 해 전문성이 요구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국제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등 진입장벽이 높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성장 산업군 물류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진(002320)은 패션과 관련한 해외 직구 수요가 늘어나며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진의 지난해 기업간거래(B2B) 패션 물량은 2021년 대비 31% 증가한 1700만 박스로 집계됐다.
현재 한진은 신성통상, 신세계인터내셔날, K2코리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에프앤에프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생 국내 디자이너들과 접촉해 해외 진출 시 필요한 물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한진 관계자는 “새로운 물류 아이템으로 패션과 관련한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직구와 역직구 수요가 늘고 있으므로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직구 규모는 9612만건, 47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건수는 8.8%, 금액은 1.4% 늘었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물류 아이템 다양화에 나서며 쿠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택배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마켓을 보유하는 쿠팡의 택배 사업 진출은 매우 위협적이지만 기술과 장비, 네트워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물류 서비스 제공은 당장 힘들 수 있다”라며 “기존 택배 업계가 유리한 기업 및 중소사업자 물류 시장을 지켜내고, 반대로 쿠팡이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주도권 싸움의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