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용(81) TYM(002900) 회장이 보유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현재 구축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하겠다는 취지다.

4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열린 TYM 정기주주총회에서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주식을)누구 한 사람이 가지는 게 아니고 앞으로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분이 다 들어가게 할 것”이라면서 “주식이 밖으로 흩어지지는 않으면서 의결권은 갖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일대에서 제63기 TYM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TYM 제공

김 회장은 벽산그룹 창업주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벽산그룹 부회장을 지내다가 1987년부터 벽산그룹 계열사인 동양물산(현 TYM)을 이끌었다. 동양물산은 2004년 벽산그룹으로부터 계열을 분리해 별도 기업집단이 됐다.

김 회장은 현재 TYM 주식 9.48%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중순까지 지분 16.6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작년 말 보유주식 1096만9470주를 세 자녀(2남1녀)에게 365만6490주씩 증여하면서 2대주주로 내려왔다.

업계에서는 그간 김 회장이 보유 주식을 누구에게 증여하는지에 따라 TYM의 승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현재 TYM의 최대주주는 지분 10.53%를 보유한 차남 김식(44)씨다. 장남 김태식(50)씨와 장녀 김소원(45)씨는 각각 5.26%, 4.04%를 보유하고 있다.

승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 회장이 보유 주식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장남과 차남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김 회장의 장남 김태식씨와 차남 김식씨는 각각 TYM 부사장과 제품총괄책임자(전무)를 맡고 있었으나, 지난 2월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장녀 김소원씨만 전략총괄책임자로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TYM의 발전을 위해 대주주인 가족들은 경영 일선에서 사임을 받아들였다”면서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배치해 여러분들께 보다 나은 경영의 결과를 가져다 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TYM은 김도훈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공고히하게 됐다. 김 대표이사는 2020년 CFO로 영입된 후 이듬해 대표이사에 오른 전문 경영인이다. 노무라증권 등을 거치며 글로벌 경험이 풍부해 TYM의 체질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YM은 지난해 북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1조16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1년 전과 같은 2300원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TYM의 영업실적이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