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사절단 준비 작업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경련은 지난 17일 일본 정상회담 방문 때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여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성사 시킨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존폐 위기에 내몰렸던 전경련의 위상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재계와 전경련 등에 따르면, 전경련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명의로 450개 회원사에 오는 4월 말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할 의사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일정은 4월 24일에서 28일까지로 장소는 미국 워싱턴 D.C 및 인근 도시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4월 26일인 만큼 앞뒤로 비즈니스 미팅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 /뉴스1

미국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미팅 행사는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 포럼'으로 이름이 정해졌다.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추진하며, 참석대상은 한·미 양국 기업인 및 정부인사다.

또 전경련은 '첨단산업‧에너지 분야 성과 체결식'을 별도로 갖는다. 미국 기업‧기관과의 MOU 체결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이 대상이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참여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도 진행된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 테크분야 벤처를 위한 자리로 스타트업 IR과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된다.

전경련은 공문을 통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한미 민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 미국 경제사절단'을 모집한다"라며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의 신청을 바란다"고 적었다.

참가 대상은 미국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기업 대표이며, 선정은 전경련이 꾸린 민관 공동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확정된다. 양해각서(MOU) 체결 예정 등 미국과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가 기대되는 기업은 우선 선정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양국이 우선시하는 산업 분야 및 프로젝트 관련 사업이 있는 경우에도 우선 선발된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미국 방문인 만큼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주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에 따른 보조금 지급 여부가 에너지, 전기차 사업을 하는 4대 그룹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전경련은 지난 방일 행사에서도 경제사절단을 꾸리고, 행사를 주관했다. 경제인들의 모임인 BRT 행사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면서 전경련 역시 위상을 더 높였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방일 기간에 개최된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며, 4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모두 참석한 것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에 이어, 미국 BRT도 전경련이 주관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자, 회원사에서 탈퇴한 뒤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당시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이후 재계에서 위상이 급격히 낮아진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거의 모든 행사에서 배제됐다. 6회 연속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회장이 올해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전경련은 지난 2월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회장 직무 대행으로 추천했고, 이미지 개선과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대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수장을 맡는 것은 1961년 전경련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전경련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일본 BRT 행사를 주관한 것은 일본의 경제계를 대표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의 네트워크 덕분이었다"라며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을 제치고 미국 행사를 연달아 주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4대 그룹의 복귀까지는 모르겠지만 전경련이 위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