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품 가격 인상 및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실적을 회복한 페인트업계가 올해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노루페인트(090350)는 지난해 매출 7533억원, 영업이익 26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1%, 2.3% 증가한 수치다. 삼화페인트는 매출액 6460억원, 영업이익 1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 늘었고 영업이익은 2311% 급등했다. 다만 영업이익 급등은 기저효과가 크다. 앞서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2021년 유가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1%, 95% 급감한 바 있다.

노루페인트 경기 안양공장. /노루페인트 제공
그래픽=손민균

올해는 유가 안정에도 경기침체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해 11월 12년 만의 최저치인 52.5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건설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100을 밑돌면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CBSI는 78.4다.

페인트 업계는 매출 대부분이 건축·공업용 페인트에서 나오기 때문에 건설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노루페인트의 경우 지난해 건축·공업용 페인트 매출은 6300억원으로 전체의 83.6%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건축용 페인트 매출 비중은 44.6%로 공업용(16.8%)과 자동차보수용(7.5%)보다 월등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페인트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전방산업의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근 미분양 주택 수가 증가하고 착공도 큰 폭으로 줄고 있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 회복은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컸는데, 올해는 이미 제품 가격이 올라 있는 데다 유가가 안정돼 가격을 또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난해 원자잿값 평균 매입가격은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수지는 11%, 안료는 8.4% 올랐고 용제와 첨가제가 각각 7.2%, 10% 올랐다. 이에 노루페인트는 제품별 가격을 17%~25% 올렸고, 삼화페인트도 제품 가격을 건축용 페인트 19%, 공업용 페인트는 26% 올렸다.

삼화페인트 R&D센터연구원. /삼화페인트 제공

업계는 신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루페인트는 GS건설(006360)과 함께 콘크리트의 탄산화를 막는 페인트 '큐피트 프로텍션'을 개발해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가 유입되면 철근이 부식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해 내구성을 강화해주는 기능을 한다. 노루페인트는 기술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기 안양공장에 페인트 연구소 신설을 검토 중이다.

삼화페인트는 해양플랜트용 페인트 개발에 성공해, 국제기준인 노르웨이 해양산업 규격 인증을 따냈다. 풍랑 등 해상환경에서도 부식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삼화페인트는 이 밖에도 지난해 총 다섯 가지 연구개발을 마쳤는데, 건축물 노화 방지 페인트와 비닐하우스 등 여름철 고온 보호용 수성 차광제 페인트, 저탄소 바닥재 등을 개발했다.

노루페인트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페인트 수요를 꾸준히 증가시켜 왔으며 해외시장 확대도 겨냥하고 있다"며 "기존의 범용 페인트 기술을 넘어 고기능, 특수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해외시장 진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도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국외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22%"라며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판로를 발굴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현지에 맞는 제품군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