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문화관광부가 지난 20일부터 외국의 영업성 공연 신청 접수를 재개하면서 엔터업계에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한령(限韩令·한류 제한령)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두터운 중국 팬층을 기반으로 국내 엔터 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은 중국 리오프닝 관련 보고서를 내고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가수들이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공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공연 준비에 5~6개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한 분석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중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장 대관이 대부분 이뤄져 있다"면서 "공연 초기에는 중국 가수들의 공연에 초대 가수로 참여하거나 합동 공연 형식으로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을 내렸다. 2015년 8월 빅뱅의 충칭 공연 이후 현재까지 한국 아티스트가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이후 K팝 기획사들의 전사 매출 중 중국 매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중국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출연료와 콘서트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입국자 격리도 강화되면서 중국 시장의 점유율은 더욱 작아졌다.
그러나 직접적인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K팝 아티스트에 대한 중국 내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꾸준히 앨범 구매가 이뤄졌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음반 수출액은 5132만6000달러로 일본(8574만9000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팬들의 충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팬덤 플랫폼(구독서비스) 이용 비중의 경우 중국이 가장 높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디어유 자료를 기반으로 국가별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작년 4분기 중국 이용자는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한국(22%)과 일본(14%), 미국(9%)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공연이 재개될 경우 소속된 중국인 아티스트가 많은 기획사일수록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각 소속사별 주요 중국 아티스트 수는 하이브(352820)가 2명(세븐틴 디에잇, 준), JYP(JYP Ent.(035900)) 7명(보이스토리 6명, 라이즈 야오천), SM(에스엠(041510)) 6명(NCT 쿤쿤·윈윈·샤오륀· 런췬·천러, 에스파 닝닝), 큐브 2명(펜타곤 옌안, 여자아이들 우기) 등이다.
올해 각 그룹들의 컴백과 신인 데뷔가 예정돼있다는 점도 청신호다. SM은 오는 5월 걸그룹 에스파가 컴백할 예정이며, YG는 올해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를 선보인다. JYP는 2021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를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을 올해 중순 공개한다. 3분기에는 중국에서 '프로젝트 C'로 알려진 보이그룹이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리오프닝을 준비하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QQ뮤직', '쿠거우 뮤직' 등 중국의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인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고위 관계자가 방한해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해제로)K팝 아티스트들의 방송 출연, 콘서트 진행까지 가능해진다면 팬 플랫폼 구독에 그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