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3개월 새 11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한 50개 기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증권사들은 오는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내다봐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달 현재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총매출 326조3169억원, 총영업이익 12조962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초 전망치보다 총매출은 5.6%(19조3973억원), 총영업이익은 46.1%(11조898억원) 줄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산업이 부진하면서 기대치를 끌어내렸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0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9.4%(12조6186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연초 전망치보다도 74.6%(4조4227억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영업손실 1조29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컨테이너선 운임 부진 속에서 HMM(011200)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급감했다. 증권사들은 HMM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283억원을 올린 것으로 봤다. 전년 동기보다 76.9%(2조4203억원), 연초 전망치보다 56%(9275억원) 줄었다. POSCO홀딩스(005490)는 철강사업 부진 속에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534억원으로 예상돼, 연초 전망치보다 47.3%(6760억원) 줄었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연초 전망치보다 35.2%(1370억원) 줄어든 2527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석유화학기업들도 핵심 수익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선을 계속 밑돌면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LG화학(051910)이 올해 1분기 60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연초보다 29%(2468억원) 줄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올해 1분기 14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096770), LG디스플레이(034220), S-Oil(010950), LG이노텍(011070), 삼성전기(009150), 금호석유, 삼성SDI(006400) 등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전망치보다 1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2분기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시가총액 상위 180개 기업 가운데 적자 기업이 8곳이고,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기업이 66곳이다. 180개 기업의 올해 2분기 총영업이익은 21조1494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 동기 44조469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경기 둔화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의 기업들이 단기간 부침으로 도산 위기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금융 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