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다시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며, 석유화학 업황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제품(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로, 업계는 통상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에틸렌 스프레드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1분기에 적자 폭을 줄이고, 빠르면 2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에틸렌과 나프타의 톤(t)당 가격은 각각 920달러, 631달러로 집계됐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289달러로, 손익분기점 300달러에 근접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200달러를 하회하다가 올해 1월 들어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 1월 20일 최저점인 29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반등하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최근 에틸렌 스프레드가 회복되는 이유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통상 국제 유가와 가격이 연동된다. 지난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등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70달러대를 유지하며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반면 에틸렌은 지난 5일 열린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로 900달러를 계속 넘기며 가격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업황 악화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LG화학(051910)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악화로 전년 대비 40.4% 떨어진 2조99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만 보면 지난해 4분기에 16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해 1년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로 석유화학 기업의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의 재고자산은 11조8806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2835억원) 대비 44%(3조6421억원)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도 지난해 3분기 2조9314억원까지 늘어나며 전년 동기보다 21.9%(5240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시황 개선과 더불어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4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4239억원), 4분기(-4000억원)와 비교해 손실 폭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 3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이 1분기에 1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660억원)보다 손실 폭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최다 수출국인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 내재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설비 증설을 예고한 것은 부담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유분 확보 수준을 대폭 상향하기 위해 대규모 화학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다운사이클에서 완전히 회복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중국의 생산설비 확장은 현재 대(對)중국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유분과 중간원료에 집중돼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산업에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전방위적인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며 스프레드 개선 속도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