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그룹차원의 사내벤처 지원제도를 도입해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과 과감한 도전의 기업문화 확산을 장려하기로 했다. 사내벤처로 출범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자율운항선박 자회사 ‘아비커스’로 확인한 사내벤처의 신사업 발굴 능력을 그룹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드림큐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 그룹의 선임(대리)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9일까지 사내벤처 아이디어 계획서를 모집 중이다. 선발단계에서부터 외부 전문업체를 연계해 사업 고도화를 지원하고 공식선발된 사내벤처팀에는 현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구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립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아이디어 주제안자는 팀장으로서 부서장급 처우를 받게 되며, 보조제안자들에게는 월 50만원의 사내벤처 수당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초기 사업화 자금을 1억원 지원한다. 사내벤처활동을 마치고 독립해 분사할 경우에는 창업지원금 2억5000만원을 지급하며 그룹에서 지분투자도 받을 수 있다. 사내 사업화 경로를 밟게 되는 팀에는 사내사업화 보상금 1억원을 지급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독립분사 후 5년 내 재입사도 가능하도록 했다. 벤처활동에 성공하지 못하고 단순 종료한 팀에도 도전격려금 500만원을 지급한다.
HD현대는 정기선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뒤 신사업추진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선사를 넘어선 기술기업을 표방하면서 지난해 경기도 분당에 그룹의 새 둥지를 마련했다. 사내벤처 지원제도 이름인 드림큐브에 들어간 ‘큐브’는 정육면체 형태인 HD현대 분당 신사옥의 별명이기도 하다. HD현대는 2021년 경영지원실의 하위조직이었던 신사업추진 조직을 독립된 실급 부서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선발대격인 사내벤처들은 이미 그룹 각 사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사내벤처팀을 2021년 분사한 자회사 아비커스는 운항보조기술을 상용화시켜 그룹의 사업영역을 과거 대형 상선에서 레저보트까지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3년 동안 240억원을 아비커스에 투자하고 조선해운 및 선박관리 자회사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건설기계부문에서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제품 자동화·무인화 기술 상용화 사내벤처인 사이트클라우드팀이 장비와 작업자 간의 충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설현장 안전관리 플랫폼 기술로 CES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직전 태동한 조직이지만, 건설기계부문이 현대제뉴인을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별도 사무실까지 마련해주며 사이트클라우드가 벤처기업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사업이 사내벤처 방식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드림큐브는 임직원이 평소 생각만 하고 도전하기 힘들었던 아이디어 조각들로 큐브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회사에서 적극지원하겠다는 의미로, HD현대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훌륭한 사업으로 결실을 맺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