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주(州)정부는 올해부터 학교 커리큘럼에 한국어 과목을 도입했다. 오는 7월엔 주도(州都)인 퍼스에 6.25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한국전 참전 기념관도 새로 개관한다. 주한 서호주정부대표부 인원도 늘렸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서호주의 3번째로 큰 교역 상대로 자리 잡으면서 서호주 주정부도 관계를 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배터리) 핵심 광물과 수소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서호주 투자가 늘고 있다. 빌 존스턴(Hon Bill Johnston MLA) 서호주 광물·석유 및 에너지 장관이 최근 나흘 일정으로 현지 광물업체들과 방한한 것도 우리 기업들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4일 서울에서 만난 존스턴 장관은 “서호주는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과 배터리와 그린 수소 등에서 협력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존스턴 장관과의 일문일답.
-한국전(6.25전쟁) 참전 기념관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이 인상적이었다.
“(14일) 오전에 한국중부발전의 발전소를 다녀왔다. 서호주에서 생산한 LNG를 활용해 서울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들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관계다. 서호주는 한국 철강산업에도 중요한 (철광석)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그만큼 서호주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 앞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과 그린 수소·철강에서도 협력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다.”
-배터리 핵심 광물 사업과 관련해 서호주의 강점은 무엇인가.
“서호주는 호주의 6개 주 가운데 가장 넓고 많은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리튬을 공급하고, 코발트와 니켈 생산량도 상위 5위 안에 든다. 앨버말, SQM 등 세계 최대 리튬 생산기업이 앞다퉈 서호주에 배터리용 리튬 정세설비를 세우고 있는 이유다. 2027년이면 전 세계 수산화리튬 정제 능력의 20%를 서호주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서호주 현지 기업과 배터리 핵심 광물과 관련한 협력을 확대해왔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톈치리튬과 서호주 퀴나나 지역에서 생산하는 수산화리튬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5만톤(t) 규모를 공급받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라이온타운이 2024년부터 가동할 예정인 서호주 캐슬린 밸리 리튬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리튬 정광 스포듀민(spodumene)을 5년간 70만t 공급받기로 했다.
포스코는 서호주 니켈 광업·제련기업 레이븐소프의 지분을 30% 인수하며 니켈 가공품(MHP)을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t 받기로 했다. 포스코는 또 서호주 광산기업 필바라미네랄스와 합작사(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를 세우고, 전남 광양에 수산화리튬 공장을 짓고 있다.
-서호주에 한국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자원민족주의로 초기 약속과 다른 제도적 장애물이 생기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호주 주정부가 해외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많고, 처음 계약 때와 일관된 틀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알루미늄 분야에선 미국 기업과 60년 이상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호주 주정부는 2019년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 산업이 서호주 지역 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 다각화에도 기여한다고 보고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한국 기업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서호주에서 그린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028260)은 서호주 노섬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서호주 부다리 전략산업단지 부지를 임대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원료(HBI·Hot Briquetted Iron)를 생산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소를 비롯한 그린 에너지 사업을 하기에 서호주의 강점이 궁금하다.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서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250만㎢의 땅(한국의 약 25배)에 적은 인구(280만명)가 살아 토지를 이용하기도 유리하다. 1만2889㎞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닷물을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어 수소 전기분해에 필요한 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오랜 기간 LNG를 비롯한 에너지와 자원을 수출한 만큼 항구와 도로,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와 근접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서호주 주정부는 예측할 수 있는 파트너다. 법에 따라 행동하고 행정 결정에 있어 법적 확실성을 보장한다.”
-그린 수소를 위해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호주의 다른 주에 비해 서호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2021년 기준 24%)이 높은 편은 아니다.
“서호주 지역 내 그린 수소와 그린 철강 등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발전도 늘어날 전망이다. 호주 연방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기로 했는데, 서호주가 보유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웃돌 것이라고 낙관한다.”
-개발 행위와 관련해 지역 주민의 반대나 승인 절차가 까다롭지는 않은가.
“서호주가 높은 수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가진 것은 맞는다. 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환경 평가 승인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필바라 광산의 경우 처음 탐사를 시작해 생산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미 지역이었으면 10년 이상이 필요했을 일이다.
특히 광물 자원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환경 승인 절차를 점검하기 위해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해 친환경 승인팀도 설립했다. 무조건 규제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예측할 수 있고 명확한 환경 평가 절차를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한국 기업들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프로젝트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존스턴 장관은 이날 공급망 위기 속에서 서호주가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서호주와 한국이 진행한 많은 협력 관계를 통해 양쪽 모두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탈탄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서호주와 한국이 배터리 핵심 광물이나 그린 수소 등에서 핵심 파트너로 새로운 협력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