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등 물류기업들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새로운 사업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달 27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정관 일부 변경안을 상정했다. 정관을 고쳐 사업목적에 ▲고압가스 저장 및 운반업 ▲기체 연료 및 관련 제품 도매업 ▲운송장비용 가스충전업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이 앞서 규제 샌드박스(규제 일시 면제·유예) 승인을 받은 액화수소 탱크로리 운송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CJ대한통운은 올해 하반기부터 SK E&S의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에서 전국 액화수소 충전소까지 액화수소를 운송·충전해주는 사업에 나선다. 액화수소 탱크로리 총 40대를 투입해 인천, 청주, 구미, 부산 등 전국 12곳 충전소로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2월까지 액화수소 운송 지역을 확대하면서 액화수소 운송과 관련된 표준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진은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마이데이터 및 위치기반 정보·제공 등 데이터 생산, 거래, 활용에 관한 사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을 정기 주총에서 승인받을 계획이다. 한진은 유휴 부지에 고객사 물류센터를 유치·운영하는 사업과 도로정보 DB(데이터베이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은 지난해 도로정보 DB 사업을 위해 '휴데이터스'를 설립했다. 휴데이터스는 한진이 보유한 전국 약 800여개의 택배·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도로나 시설물 등의 최신 공간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유통할 '롯지 플랫폼(LOGI-Platform)'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진은 또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영문 사명을 'HANJIN TRANSPORTATION CO. LTD'에서 'HANJIN Logistics Corporation'으로 변경해 종합 물류 솔루션 기업의 정체성도 강조할 계획이다.
동국제강(460860)그룹의 인터지스(129260)는 ▲재생용 재료 수집 및 판매업 ▲상품 종합 도매업·중개업 ▲금속류 해체 및 선별업 ▲지정 외 폐기물·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 등을 사업 목적에 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건을 정기 주총에 상정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철스크랩(고철) 사용량을 늘리자, 인터지스는 스크랩 공급·유통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인터지스 관계자는 "기존의 강점인 운반, 하역, 해상운송 등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스크랩 사업에 대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스크랩 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랩 매집 지역이나 품목 등 구체적 사항은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대글로비스(086280)는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전기 공사업 ▲소방시설 공사업을, KCTC(009070)는 ▲목재 수입 유통업을 정기 주총에서 승인받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물류기업들이 잇따라 사업목적을 확대하는 배경을 두고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업계는 그동안 물동량 성장에 힘입어 사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해왔는데,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올해 물동량은 역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따라 현지 직접 투자 비중이 커지면 수출 중심의 국내 물류사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신규 물류기업들이 진입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신사업을 확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