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001440)이 새 주인을 맞이하고 경영이나 재무적으로 모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당분간은 본업인 전선 사업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기업공개(IPO) 경험을 살려 호반그룹 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8년 만에 2조원대를 웃돌았다. 영업이익도 482억원으로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지난 10년 가까이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어온 사업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전선 경영권은 채권은행, 사모펀드(PEF)에서 호반그룹으로 세 차례 바뀌었다.
전선 외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회사의 발목을 잡은 만큼 앞으로는 전선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00년대 초반 선대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선 이후 부동산, 증권 등 투자를 남발한 것이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현재 대한전선을 이끄는 건 나형균 대표이사 사장이다. 나 사장은 2015년 IMM PE 인수 당시 수석부사장으로 대한전선에 합류했다. 회계사 출신으로 전선업계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요 경영진이 대한전선 출신 임원인 만큼 전문성에 대한 우려는 상쇄되는 분위기다. 대한전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자리를 지킨 임원도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한전선은 전선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생산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수년간 인수 후폭풍을 겪으면서 해저케이블 등 일부 분야에서 LS전선에 뒤처진 경향이 있긴 하지만, 과거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격차를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전선 전체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0.14%에서 2020년 0.21%, 2021년 0.22%, 2022년 3분기 0.25%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말 대한전선은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해저 케이블 임해(臨海)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호반그룹 내 존재감도 더 커질 수 있다. 호반그룹이 그동안 여러 분야 기업을 인수했지만,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상장사인 곳은 대한전선이 유일하다. 추후 그룹의 확장을 위해서는 대한전선과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호반건설이 해외로 진출하면 대한전선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대한전선은 해외 생산기지 7개, 해외법인 7개, 해외지사 16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생산법인 3개, 지사 5개)이 가장 많고 아시아(생산법인 1개, 지사 3개), 유럽(영업법인 1개, 지사 4개), 미국(영업법인 1개, 지사 2개), 아프리카(생산법인 1개), 오세아니아(지사 2개) 등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