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주도 서귀포시에 추진되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했지만, 항공업계는 제주도민과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비슷한 사례로 정부와 항공사들이 소송까지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BBC,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여러 항공사가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발생하는 소음 공해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항공사들에 연간 운항편을 50만편에서 44만편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하늘에서 촬영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연합뉴스

그러나 KLM, 이지젯, 델타항공 등 5개 외항사는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이 유럽 연합(EU) 및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매년 스키폴 공항을 오가는 수백만 명의 승객과 화물을 위한 운항편을 유지하면서 소음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운항편을 줄이는 방안이 네덜란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유럽의 주요 국가로 환승이 쉬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행기가 오가는 공항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환경운동가들은 스키폴 공항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1200만톤에 달해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린피스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스키폴 공항의 활주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스키폴 공항 주변은 인구밀도가 높아 소음에 대한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규모 대비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 이착륙 가능 횟수)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2970만366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공항 이용객의 31%를 차지한다. 항공사들은 제주 제2공항이 생기면 적절한 슬롯 배분을 통해 더 안전하게 더 많은 여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스키폴 공항과 마찬가지로 제주 제2공항 역시 환경과 관련한 논란이 있다. 지난 설 연휴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결과, 제2공항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8.8%, 찬성한다는 의견이 45.7%로 나타났다.

항공업계는 제주 제2공항의 취항을 바라면서도 제주도민의 여론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조류 등 생물 대체서식지 조성, 탄소 배출 최소화, 신재생에너지 사용 등 환경 영향 최소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 여객 추이를 살펴보면 2035년까지 제주노선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주도 내 민심이 나뉘고 있고, 환경단체 반발도 심해 비행기를 띄울 때 제약이 많으면 취항을 다시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