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 가스파지노바(Sonya Gospodinova)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GSSA(Global Sustainable Steel Agreement)를 오는 10월까지 타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냐 대변인은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EU와 미국은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GSSA 관련 협의도 잘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이나 내용은 '대외비'라고 선을 그었다.
GSSA는 미국과 EU가 철강·알루미늄 과잉 공급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양자 협정이다. 비(非)시장지향적 공급 과잉에 원인을 제공하는 협정이나, 탄소집약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협정에 참여하는 국가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EU가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탄소배출량 만큼 비용을 메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꺼내 들자, 미국도 GSSA라는 새로운 통상 질서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철강업계는 GSSA가 CBAM과 함께 중복 규제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EU의 CBAM이 시행되면 국내 철강·알루미늄 기업은 분기마다 탄소배출량 실사를 받아야 하고, 제품당 탄소배출량에 맞춰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오는 10월부터 전환 기간에 돌입해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CBAM 인증서 구매를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CBAM 무상할당 비율이 2034년 0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탄소배출량 기준으로는 매년 1조원 이상을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으로 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CBAM에 더해 국내 철강업계의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에도 GSSA가 적용되면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난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총 2568만톤(t)을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EU가 13.5%(345만9000t), 북미가 12.3%(316만9000t)를 차지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이미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쿼터제(수입 물량 제한)를 시행해 수출에 한계가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 철강업계가 GSSA를 우려하는 이유는 EU와 미국이 물밑 협상을 진행하면서 모든 내용을 대외비에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CBAM이 EU 집행위원회, EU 의회, EU 이사회 등을 거치면서 그 윤곽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정민 포스코 유럽법인 브뤼셀사무소 소장은 "GSSA를 시행하면 참여국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소문만 있고 진행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GSSA는 대외비로 관리가 되고 있어,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EU가 GSSA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영국과 일본은 우선 탄소집약도 계산 방식에 참여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계가 GSSA 참여 예상국인 미국과 EU, 일본, 영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하다"며 "정부가 GSSA 논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