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이차전지용 분리막 생산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가 최근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차전지 호황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대부분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SKIET는 아직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업계는 SKIET가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IET는 올해 1분기 매출 1642억원,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낸다면 2021년 4분기(-290억원), 2022년 1분기(-76억원), 2분기(-124억원), 3분기(-220억원), 4분기(-103억원)에 이어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픽=편집부

SKIET는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분리막(LiBS)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분리막 사업이 매출의 99.8%를 차지한다. 한국 증평과 청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분리하되 리튬이온은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필름 형태의 막으로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에 이어 2차 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지난해 SKIET가 저조한 실적을 낸 배경으로는 낮은 공장 가동률이 꼽힌다. 지난해 국내 증평 공장과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은 3분기까지 40~50%대에 머물렀다. 폴란드 공장의 경우 4분기에 70%까지 가동률이 상승했으나, 여전히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분리막 공정은 공정 가동을 위한 고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을 생산해야 수익성이 담보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에 따라 유럽 전기차 업체들의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주요 고객사인 SK온의 배터리 물량 소화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가동률이 낮았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에너지 비용이 올라 고정 비용 부담을 키웠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분리막 제품./SKIET 제공

최근 분리막 공장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상해은첩(SEMCORP) 등 중국 기업들의 분리막 증설 러시(rush)가 진행되고 있으며, SKIET의 강점으로 부각되던 코팅 분리막도 경쟁 강도가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업황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며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높다. 여기에 올해 1분기로 예정됐던 폴란드 실롱스크 제2공장의 가동 시점을 하반기로 미루며 비용 부담을 일부 덜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SKIET는 기존 SK온에 집중돼 있던 매출처도 국내외 배터리셀, 전기차 제조 업체 등으로 다변화하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증권가는 SKIET가 올해 2분기 매출 1843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IET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기대되는 북미 지역 내 직접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김철중 SKIET 사장은 최근 사내 공식 보도채널을 통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 시장 진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이달 발표가 예정된 IRA 최종안 이후 투자 계획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 공장 증설 계획./SKIET 제공

미국 IRA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핵심원자재법(CRMA)도 SKIET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CRMA는 구체화된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EU 역내에서 생산된 주요 제품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보조금 등의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SKIET는 이미 폴란드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2025년까지 3개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폴란드 공장의 총 생산 면적은 현재 3억4000만㎡에서 15억4000만㎡까지 늘어난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SKIET는 올해 무리한 투자보다는 지역별 생산 최적화와 가동률 향상 등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며 “올해 분리막 사업의 수익성은 2% 수준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