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MWC에서 공개한 UAM 완전체의 모습 /박성우 기자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SK텔레콤(017670) 전시장. 높이 4.5m, 가로(날개길이) 8.5m, 세로(동체길이) 7m의 초대형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모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UAM에 탑승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시뮬레이션 비행을 체험하기 위해 20m가 넘는 긴 줄이 섰다. 대기 시간만 2시간이 넘었다. 3일 간 MWC 현장 곳곳을 방문했지만 SKT 전시장 만큼 관람객이 줄을 선 곳은 찾기 어려웠다. 이번 MWC 기간 UAM을 체험한 관람객만 2000여명으로, UAM은 큰 인기를 끌었다. UAM 주변에는 사진을 촬영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 첫 완전체 UAM... 엑스포 홍보 위해 부산행

지난 1월 소비자가전쇼(CES)에 이어, MWC에서 큰 인기를 끈 SKT의 UAM 기체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알리기 위해서 한국에도 전시된다. CES에서는 UAM 몸통만 전시됐는데 이번 MWC에서는 날개와 꼬리까지 완성되면서 처음으로 완전체 UAM이 전시됐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034730)그룹 회장)도 MWC 현장에 방문해 UAM 기체를 둘러보면 큰 관심을 표했다.

6일 재계와 부산엑스포 유치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4월 2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한을 앞두고, 유치전 지원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MWC 기체를 부산에 투입하기로 했다. UAM은 300∼600m의 고도에서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기체를 활용해 도심 상공을 운항하는 교통 체계다.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유치 프리젠테이션(PT)을 발표하는 장소에 UAM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개막 첫날인 지난달 27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내 SKT 전시 부스에 설치된 UAM 기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달 6일 부산 엑스포 유치위는 SKT, 한화시스템(272210),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 등과 UAM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유치위는 부산 엑스포에서 UAM을 단순 전시용이 아닌, 방문객의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K-UAM 그랜드 챌린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유치위는 BIE 실사단 방문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BIE 실사단은 개최 후보국의 엑스포 준비 사항을 14개 주제, 61개 세부 항목으로 평가한다. 이후 작성된 실사보고서는 171개 전 BIE 회원국에 회람돼 11월 개최국 투표를 위한 주요 자료로 쓰인다.

실사단이 평가하는 주요 항목에는 '국제 교통망'이 있다. 특히 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교통망은 다른 평가 항목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국가적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유치위는 이 부분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박람회장으로 접근이 가능한 UAM, 수소열차 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SK는 부산 엑스포 일정에 맞춰, UAM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배가 아닌 비행기로 공수한다는 계획이다. UAM은 무게가 3톤에 달해 몸통, 날개, 꼬리로 분해한 뒤 비행기에 실려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운송 비용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UAM을 부산으로 옮기고, 향후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친환경 관련 박람회 등에서 전시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MWC가 반한 UAM... 제작에만 9개월

UAM 기체는 MWC 현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초대형 UAM 기체를 촬영하기 위해 CNN, AP, AFP, CGTN 등 전 세계 언론 30여 곳이 몰렸다. SKT 부스도 흥행에 성공해 개막 첫날 관람객이 1만명을 돌파해고, 나흘 간 5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약 5분간 체험할 수 있는 UAM 시뮬레이션 비행은 매일 500명 가까운 관람객이 체험을 했다. MWC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협회(GSMA)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UAM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UAM은 SKT와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한 세계적인 UAM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의 기체를 기반으로 제작한 실물 사이즈의 모형이다. 그간 1대5, 1대8 등 축소 모형은 있었지만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실제 크기의 기체가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T는 이번 UAM 기체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 조비 에비에이션으로부터 실측 사이즈를 제공 받아 제작했다. SKT 관계자는 "이번 기체는 날개까지 회전하면서 디테일을 더욱 살렸다"라며 "처음 기획에서 제작까지 9개월이 넘게 걸렸다"라고 말했다.

MWC 관람객들이 SKT 부스 앞에서 UAM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성우 기자

UAM 시뮬레이터를 체함한 스페인의 한 관람객은 "너무나 좋은 체험이었다. 움직임이나 영상이 현실적이고 생생했으며, 미래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구동하는 UAM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로의 항해'라는 부산 엑스포의 주제와도 부합한다"라며 "실사단이 현장에서 UAM을 체험하면서 한국의 기술력과 부산 엑스포의 차별성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