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회사가 개인을 선택하고, 회사가 이 개인들을 관리하는 것이 인사관리의 개념이었다면 이젠 개인이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구성원의 업무 성과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요즘 세대’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성장하고,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 받기를 바란다. 이에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제공하고자 서비스를 개발했다.”

인사·성과 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레몬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권민석 대표는 “요즘은 ‘구성원 경험 관리의 시대’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성원 경험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레몬베이스는 콘텐츠 플랫폼 ‘리디’를 성공시킨 창업가들이 만든 3년차 스타트업이다. 배기식 리디 대표와 함께 10년 넘게 리디에 몸담았던 권 대표, 현정환 이사 등이 합심했다. 창업 3개월 만인 2021년 1월 카카오벤처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62억원의 프리A(Pre-A) 투자를 받고 2년 만인 지난 1월 7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 계열사, 스타트업 등 200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

권 대표는 “과거 리디에서의 인사·성과관리 방식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구성원 경험 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고 방법도 잘 몰랐다”며 “회사를 경영하며 체득한 내용을 SaaS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권민석 레몬베이스 대표. /이은영 기자

-리디와 전혀 다른 분야의 창업을 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리디는 3명이서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도 10년 만에 300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런데 어려움도 많았다. 오랜 동료들과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는데, 가장 근본에는 사람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회사 구성원이 경영진의 목표에 공감하는지,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고, 임원진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결국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이 인사관리의 핵심이자 회사 경영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다음엔 이 문제가 다른 조직에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문제인지 알고 싶어 1년 동안 150번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대표부터 구성원까지 다양하게 의견을 들어본 결과 우리만 겪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돼 레몬베이스를 만들었다.”

-국내 인사관리 동향을 진단하자면.

“’대퇴사 시대’, ‘조용한 사직’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나. MZ세대가 회사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3년이라고 한다. 조직 입장에서는 구성원의 업무 경험이 자꾸 끊기니까 지속적인 성장이나 생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엔 인사 관리의 핵심이 채용, 평가, 보상 세 가지였다. 회사에 맞는 인재를 공개채용 한 뒤 보상을 결정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하는데 공정성 문제가 늘 따라다녔다. 최근에는 수시채용, 헤드헌팅으로 바뀌고 있고 공정한 평가에 대한 수요가 훨씬 커졌다. 구성원은 수시로 피드백과 칭찬을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성장과 성과에 기반해 보상받기를 바란다. ‘성장과 몰입’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난 것이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레몬베이스 사무실. /레몬베이스 제공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구성원들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리더나 동료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고 성장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것은 기성세대와 다름 없다고 본다. 다만 채용 측면에서는 나의 자아와 잘 어울리는 회사를 찾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다. 성과 측면에서는 일을 통해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고 그에 대해 인정을 받고, 공정하게 평가와 보상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 공정한 평가와 보상은 이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기업들도 이런 변화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세대 차이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건강한 회사를 만든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또 기본적으로 사업 환경 자체도 빨리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는 사업 운영이 어렵다. 그래서 1년에 한두 번 평가로 끝내기보다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기업들도 느끼는 것 같다.”

-레몬베이스의 성과관리 SaaS에 대해 소개해달라.

“먼저 채용 영역이 있고, 급여, 휴가, 근태 등을 다루는 인사관리 영역이 있다. 그 다음에 성과 관리, 몰입 관리, 보상 관리 등의 ‘피플 디벨롭먼트’ 영역이 있는데 레몬베이스는 이 부분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의 목표 관리 페이지 예시 화면. 담당자별 목표와 진척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코멘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레몬베이스 제공

피플 디벨롭먼트의 핵심은 ‘리뷰(review)’와 ‘목표 관리’다. 리뷰는 1년 동안 쌓인 성과 관리 활동 데이터와 목표 달성 기록을 한데 모아 보면서 평가가 가능하다. 기존 방식에서는 구성원의 업무 데이터가 분산돼 있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평가 질문지는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몇명에게 리뷰를 받을지, 리뷰 대상자에게 내용을 얼마만큼 공유할지, 익명으로 할지 실명으로 할지 등을 몇 분 정도만 들이면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연말 평가 때만 이 기능을 쓰는 것은 아니고 일상적인 업무 피드백을 나누고 코칭할 때도 활용 가능하다.

목표 관리의 경우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 개인의 목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팀, 우리 부서, 우리 회사가 어떤 목표가 있고 각각 어떻게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코멘트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레몬베이스도 전 사원이 모여서 이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미팅을 격주로 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고 그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기 때문에 업무 중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라는 물음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뒷단에는 인사관리, 성과관리와 관련한 모든 정보들이 연결돼 있어 레몬베이스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

-레몬베이스만의 조직문화가 있나.

“1대1 미팅이다. 이 역시 레몬베이스 제품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데, 작은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미리 정해둔 안건을 텍스트 형식으로 공유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충분히 고민한 다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업무 관련 소통일 수도 있고, 그냥 친해지자는 취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난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불편했다’는 건의일 수도 있다.

보통 30분~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소통을 1년에 한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자주, 여러 구성원과 한다. 나도 내 시간의 30%정도를 1대1 미팅을 하면서 보낸다. 밀도 있는 소통을 자주 하는 것이 구성원 간의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되고 성과 관리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료 간의 티타임과는 무엇이 다른가.

“안건을 미리 공유하고 깊이 있게 대화한다는 점이 다르다. 스몰토크는 대화 주제가 한정적이다. 잠깐 커피 마시자고 하고 1시간을 낼 순 없지 않나. 하지만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미팅이 정해져 있으면 미리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고, 정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 안건을 짠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편화된 소통 방식이라고 한다. 퇴직, 휴직 등 중대 안건을 다루는 상사 면담과는 또 특징이 다르다. 동료끼리도 1대1 미팅이 활발하다”

-레몬베이스는 퇴사율이 어떻게 되나.

“정확한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퇴사가 거의 없다. 2020년 4월에 서비스를 선보였고 그 전에 1년 정도 서비스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그때부터 함께하던 분들도 다 지금 계신다. 소통을 활발히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 A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당분간은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려 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하던 걸 더 잘하게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피드백 관련 데이터가 처음엔 1년에 100만개가 쌓였다면 요즘엔 한 달에 100만개씩 쌓이고 있다. 물론 보안 문제 때문에 피드백의 내용을 들여다 볼 순 없지만 관찰 가능한 데이터를 잘 분석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인사이트(통찰력)를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