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하이브의 선공(先攻)이 끝났다.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으로 SM 지분 25%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장중 주가가 공개 매수 가격을 상회하면서 목표 달성은 실패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향후 SM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 다음 세 가지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① SM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
업계에서는 이수만 전 SM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가 SM 신주 발행대금을 지급하는 날이 이달 6일인 만큼, 이르면 이달 2-3일쯤 가처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이 전 총괄은 카카오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인수한 다음날인 지난달 8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카카오의 신주 확보가 경영 실적 악화로 인한 것이 아닌,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본 것이다. 하이브도 SM과 카카오 간 주식발행 계약을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가 SM으로부터 인수한 신주와 전환사채는 총 237만주다. 만약 법원이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SM의 총 주식 수는 2618만401주로 늘어난다. 카카오는 이 중 9.05%를 확보하면서 352만3420주(13.46%)를 보유한 하이브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이브와 손잡고 경영권 싸움에 나선 이 전 총괄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반면 법원이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카카오는 별도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하이브와의 인수전에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이브는 현재 주식 총수(2381만401주) 중 14.80%를 보유하면서 지분 희석 우려 없이 1대주주 자리를 굳건히할 수 있다. 하이브가 지난달 28일까지 진행된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적인 지분을 확보했을 경우 하이브의 상황은 더욱 유리해진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가처분 재판 첫 심문기일에서 이 전 총괄은 측은 '최대 주주의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제3자 신주 배정은 상법상 위법'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SM 현 경영진 측은 'SM의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플랫폼 기업(카카오)과의 제휴와 자금 조달이 매우 시급하다'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을 강조했다.
② 의문의 '기타법인' 정체는… 칼 빼든 금감원 행보 주목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시장에서는 SM의 주식을 대거 매입했던 기타법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기타법인들이 지난달 16일 68만3398주(지분 2.9%)에 이어 28일에도 108만7801주(4.56%)를 매입하면서 주가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12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16일 기타법인이 등판한 후 13만3600원까지 치솟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지난달 28일에도 12만원을 하회하던 SM 주가는 기타법인의 매수 직후 12만원을 넘어섰다. 단일 계좌에서 SM의 지분을 대량 매수하는 일이 발생하자 한국거래소는 16일과 28일 SM을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만약 기타법인 한 곳에서 SM의 주식을 5% 이상 매수했다면 다음달 10일까지는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해야한다. 현행 대량보유보고제도에 따르면 경영참가 목적으로 상장사의 주식을 5%이상 보유한 자는 5영업일 이내에 지분보유 상황과 보유 목적을 알려야 한다. 주주로서 법상 보장되는 권리만 행사하는 단순투자 목적일 경우에도 익월 10일까지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기타법인이 카카오와 관련이 있는 법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타법인이 등장하면서 SM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섰고,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하이브도 기타법인의 SM 주식 매수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시세조작 행위가 드러나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③ 실탄 확보한 카카오
9000억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한 카카오엔터의 행보도 주목된다.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가운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을 지난달 24일 받아놨다. 카카오엔터는 1차 투자금 가운데 4500억원을 타법인 출자 용도로 쓸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SM엔터의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엔터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최근 공식입장을 내고 전면전에 나선 것도 공개매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27일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SM과 카카오 간 주식발행 계약을 비판한 하이브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김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은 파트너십 존속을 위협하는 사실 왜곡"이라면서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해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앞서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분 40%를 확보하겠다고 한 바 있다. 카카오가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하이브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SM의 총 주식 수 2381만401주(2월 23일 공시기준)의 40%인 952만4160주를 매수해야 한다. 공개매수 가격을 14~15만원으로 잡는다면 매수비용으로는 1조3333억~1조4286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SM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SM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SM이 매입 예고한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1.0%)를 카카오의 지분과 교환(스왑)하는 방식도 언급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현재로서는 카카오가 어떤 것을 선택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과 신주·전환사채 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 기타법인의 정체 등에 따라서 매수 수량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