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장. 일본 M통신사 관계자들이 코스모스랩(COSMOS LAB)의 시연 모습에 발길을 멈췄다. 코스모스랩은 '불이 안 나는 친환경 배터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전해질에 유기용매를 쓰는데, 외부 손상으로 유기용매가 공기와 접촉하면 불이 난다. 배터리 화재 사고의 주원인이다. 코스모스랩은 전해질을 물로 대체해 공기 중에 노출해도 불이 나지 않고 정상 작동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코스모스랩의 제품은 충전 속도도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최대 10배가량 빠르다. 또 영하 20도에선 배터리 수명이 30배, 영상 60도에선 2배 길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기술 검증도 받았다. 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는 "앞서 미국에서 열린 CES에 이어 MWC에서도 관심이 뜨겁다"며 "BMW, LG(003550)와도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3에서 코스모스랩 직원이 배터리 셀(Cell)을 가위로 잘라도 불이 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오은 기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술 박람회 MWC 2023에 우리 기업 130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산학협력관(Tech Innovation)에선 우리 스타트업 13개사가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였다. ▲코스모스랩 ▲인포카 ▲레티널 ▲참깨연구소 ▲엔닷라이트 ▲젠트리 ▲아고스비전 ▲알엠지 ▲웅진씽크빅 ▲뤼튼테크놀로지스 ▲이노크래틱테크놀러지스 ▲제제컴즈 ▲스페이스뱅크 등이다.

스페이스뱅크(Space Bank)는 3D·4D 레이더 기반의 재해 예방 솔루션 'aIoT writght'를 전시했다. 주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사고 예방이나 보안체계를 운영하지만, 사각지대도 많고 사생활 침해 문제로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스페이스뱅크는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높이와 속도 등의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 밀리미터 웨이브로 낙상사고나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정보나 영상이 따로 남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문제에도 자유롭다.

스페이스뱅크는 현재 서울지하철 8·9호선 화장실처럼 CCTV 설치가 어려운 공간이나 백두대간 수목원 화장실처럼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기에 넓은 곳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원희 스페이스뱅크 대표는 "병실도 CCTV를 적용하기 어려운 공간이어서 척병원 등과 기술실증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고스비전(ARGOSVISION)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수 있는 광시야 3D 카메라 기술을 소개했다. 아고스비전의 제품은 일반 카메라보다 수평 인식 범위가 2~3배가량 넓고, 라이다(LiDAR)보다 수직 인식 범위가 4~5배 넓다. 아고스비전 제품을 하나만 설치해도 다른 제품 2개 이상을 설치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박기영 아고스비전 대표는 "사람의 전신을 파악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나 로봇 모두 적용하기에 유리하다"며 "특히 양산 때는 기존 라이다보다 3분의 1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 한국무역협회 부스에 젠트리(왼쪽)의 반려동물 건강관리 웨어러블 기기·서비스와 아고스비전의 광시야 3D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권오은 기자

이날 MWC에서 만난 한국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 등 주요 해외 전시·박람회에도 참가했다. 이들은 해외 무대에서 뛰는 이유로 국내보다 투자 규모가 크고 특허 보장과 기술실증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도 잘 돼 있는 점을 꼽았다.

인포카 측은 "미국은 법에서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업만 규제하지만, 한국은 법에서 규정한 사업만 할 수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스타트업의 혁신이 위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부서와 연결해주거나, 해외 현지 기술실증 기회를 늘리고 있다. 무역협회를 통해 네슬레, 볼보, 코카콜라 등 글로벌 대기업 60여곳과 우리 스타트업들이 상품 공동개발이나 투자 유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유진 무역협회 플랫폼마케팅실장은 "MWC에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큰 13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현장에서 이케아나 컴팔 등 글로벌 기업과 현장 미팅을 주선했다"며 "일부 기업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넥스트라이즈에도 초청해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