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036460)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9조원에 가까운 민수용(주택용·영업용) 가스요금 미수금 때문에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무배당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수입해온 가스의 국내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발생한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한국가스공사 본사사옥 전경

26일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사가 삼천리(004690) 등 도시가스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만약 공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상법에 따라 30일 후 공사의 이사·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독특한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영업손실을 추후 정부가 정리해 주는 것을 전제로 한 처리방식이다. 이로 인해 적자가 쌓여도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기재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51조7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9%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2조4634억원으로 같은 기간 98.7%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5.2% 증가한 1조497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은 가스를 수입해 도매로 공급하는 공사가 소매업체들에 이미 공급한 가스에 대한 요금을 받아 미수금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이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의미가 담겼다.

공사의 미수금이 계속 쌓이는 이유는 1998년부터 시행된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산업용 가스요금은 도입 원가를 요금에 반영하고 있지만, 민수용 요금은 서민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현재 원가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작년 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5조1000억원, 3분기 5조7000억원, 4분기 8조6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실을 미수금으로 처리하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한 채무 규모도 급증했다. 공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 또한 전년 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500%,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90%포인트 오른 643%를 기록했다.

공사는 현재 시가총액 규모가 3조원을 밑돌아 사실상의 자본 잠식 상태다. 공사는 그간 장부상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왔지만,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회계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무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스공사의 소액 주주는 6만5979명으로 집계됐다.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2700만5834주로 총발행주식수(8582만6950주)의 31.5% 규모다. 주주대표소송 참여 요건은 상장주식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된다.

이현수 가스공사 소액주주 대표는 "기업회계 기준으로 미수금은 반드시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며 "한국전력이 전력 판매에 따른 손실을 영업손실로 기재하는 것과 비교해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처리 회계 방식은 명백한 위법행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