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올해부터 성과급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적을 반영하기로 한 것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아직까지 모호한 ESG 경영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선 다른 기업을 선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실적처럼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만 근거해 지급한 성과급 일부를 기업가치와 연계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주가, 탄소배출 감축량, 리사이클 제품 생산량 등이 주요 기준으로 계열사별 특성에 맞춰 적용될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2020년부터 내부적으로 2년 이상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국내 ESG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온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SG 실적을 성과에 연동하면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비롯한 각종 목표를 달성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ESG의 중요성은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기업이 제시하는 ESG 목표나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상당수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목표를 제시하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개념과 범위 때문에 이후 추진 과정이나 결과물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29.7%는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 때문에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응답했다. 자사 사업과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추가비용(17.8%), 지나치게 빠른 ESG 규제 도입 속도(11.9%)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유의미한 도입 취지와 달리 평가 대상이 된 직원들 사이에선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직원 입장에선 성과급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지표가 늘어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SG와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일부 계열사나 부서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익명을 요청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가 ESG에 진심이라는 건 알았지만, 성과급 제도에 연동할 줄은 몰랐다”며 “안 그래도 매년 계열사나 경쟁사 간에 성과급을 두고 말이 많은데, 당장은 동기 부여보다 막막한 심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의도라는 건 공감하지만 재무 성과 외에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 직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SG 투자를 늘리는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고민해왔지만, 단기간에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KPI(핵심성과지표)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 ESG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성과) 또는 페널티(감점)까지 부여하게 되면 조직원들 실적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서나 업무마다 ESG 연관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조건 ESG 성과를 요구하고 평가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은 ESG 연동 성과급의 경우 3년 주기로 지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당해 성과급이 기본급의 1000%라면 이 중 0~800%는 재무성과를 기준으로 그 해 지급하고, 나머지 200%는 3년 뒤에 그간의 누적 ESG 성과를 토대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ESG 목표는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3년 단위로 중장기적인 목표의 추진 과정과 결과를 본다는 의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불가능한 제도는 아니지만 직원들이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성과급 일부를 바로 주지 않고 3년 후에, 심지어 차등 지급한다는 것에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 분위기는 아니고 SK만의 특징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ESG 경영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기도 하고, 임금 체계 등 HR(인적 자원) 관리를 영리하게 하기로 유명한 회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