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의 전남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750m 길이의 다리 끝 부두에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9만10000㎥급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메르카토르(mercator)호'가 정박해 있었다. 메르카토르호는 LPG 공급을 받아 화물창과 엔진 등 주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범 운항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이날 긴 관 형태의 '암(Arm)' 설비가 메르카토르호 LPG 화물창에 있는 불활성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LPG를 채운 메르카르토호는 이튿날 오후부터 시운전을 진행해 다음주면 그리스 선주사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만 4척의 LPG 운반선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터미널에서 시운전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LNG 운반선 시운전 자격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매년 평균 30~50척의 LNG 운반선이 국내 조선소에서 새로 지어지고 있어 앞으로 LPG·LNG 운반선 시운전 사업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등과 함께 'LNG 선박 시운전 서비스를 위한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조승룡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터미널부 부장은 "시운전 1척당 최대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올해는 30척을 시운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하고 통합 체제로 새 출발 하면서 '친환경 종합사업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G 탐사부터 생산, 저장, 발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부문에만 2025년까지 총 3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의 핵심 기능은 저장·임대 사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광양 LNG터미널 내 LNG탱크의 저장능력 73만㎘ 가운데 55만㎘를 포스코와 SK E&S, S-Oil(010950)에 임대 중이다. 이날 광양 LNG터미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원통형의 LNG 탱크 6기와 LPG 탱크 1기였다. 5호기 기준 20층 아파트(55.8m)와 맞먹는 높이였다. 지름도 90m가 넘었다.
LNG 20만㎘를 저장할 수 있는 6호기는 공사 중이었다. 콘크리트 외벽과 알루미늄 지붕까지 다 갖춰졌지만, 상업 가동 시점은 2024년 상반기로 1년여 남았다. 영하 162도의 LNG를 보관하기 위해 내부 공사도 중요해서다. 6호기 내부에선 극저온을 견딜 수 있는 고망간강으로 만든 벽을 이중으로 세우고 있었다. 고망간강 벽 사이 1.2m 공간에 단열재를 채워 외부의 열을 차단할 예정이다. 시멘트 바닥 밑으로도 30~40m 길이의 700여개의 파일이 박혀 있어 규모 6.5의 강진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서기식 포스코인터내셔널 터미널건설추진반 그룹장은 "외부의 미사일 공격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터미널의 저장 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바로 옆에 '광양 제2 LNG터미널'도 첫삽을 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선 9300억원을 투자해 20만㎘급 LNG 탱크 2기(7·8호기)를 2025년까지 세울 계획이다. 같은 기간 제2부두도 지어 LNG·LPG 운반선 시운전과 벙커링(연료공급) 사업도 확대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제2 LNG터미널에 2030년까지 추가로 LNG 탱크 4기(9~12호기)를 건설해 LNG 저장능력을 기존 73만㎘에서 213만㎘까지 3배가량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용량 확대에 발맞춰 LNG 탐사·개발·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천연가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미얀마와 호주 가스전에 더해 2021년부터 말레이시아 PM524 광구 탐사를 진행 중이다. 또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인 PHE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벙아(Bunga) 광구의 탐사권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재생에너지 사업도 육성 중이다. 이날 오전 찾은 전남 신안군 자은도 신안그린에너지의 육상 풍력발전단지에선 풍력발전타워 20기가 해안선과 산등성이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초속 8m의 바람을 동력으로 블레이드(풍력발전기 날개)가 힘차게 돌았다. 초속 12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최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풍력발전타워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블레이드 방향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돌풍이 불면 안전을 위해 알아서 가동을 멈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27.6㎞ 떨어진 한국전력(015760) 안좌변전소로 보내진다.
신안그린에너지는 최대 주주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 E&S, 한국지역난방공사, 메리츠 증권의 합작 법인이다. 신안그린에너지 육상 풍력발전단지는 2020년 11월 준공, 2021년 12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10만4600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했다. 신안군과 목포시 3만여세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평균 이용률은 21%로 다른 육상 풍력발전단지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신철홍 신안그린에너지 대표는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확보 차원에서 운영 중"이라며 "특히 지난해 전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이 뛰면서 처음으로 당기순이익도 기록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안군의 폐염전 부지를 활용해 14.5㎿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도 운영 중이다. 또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자은도 인근에 해상 풍력발전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환경영향평가 인허가를 획득해, 2024년 12월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장기적으로 수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 LNG복합화력발전소에서 LNG와 수소를 혼합 연소해 발전하는 '수소 혼소발전'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2050년 100% 수소 발전소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터미널의 인프라를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복합 수소 단지'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은 "LNG 밸류체인 완성을 통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소 인프라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로 질적 성장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