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일리지 개편안으로 논란을 빚은 대한항공(00349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공항사용료 감면 등으로 3800억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투입한 긴급 유동성 자금(1조2000억원)을 더하면 지원액은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공공부문 항공권 선(先)구매 운동, 여객기 화물 운송 개조 조기 승인 등 돈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도 받았다.
21일 조선비즈가 고용노동부,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 등을 통해 입수한 '대한항공 정책 자금 및 감면액 내역'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2년 4월 5일까지 2년 간 국내 항공사가 지원 받은 특별고용유지지원금은 총 519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55% 수준인 2832억원을 지원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 위기를 겪는 사업주가 고용 유지를 전제로 휴업이나 휴직을 실시할 경우, 휴업수당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휴직 직원은 월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항공 산업이 마비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은 대한항공의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지원금으로 고용을 유지한 덕분에 대한항공은 최근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항공업계를 위해, 대한항공 등 13개 국적사에 대해 착륙로, 정류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 1781억원을 감면해줬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54% 수준인 955억원을 감면받았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시절에 정부로부터 받은 직·간접적인 지원이 3800억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2020년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한 대한항공에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등을 통해 1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유휴 여객기를 화물 수송 용도로 수리 개조할 수 있도록 빠르게 심사해 승인했고,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을 늘리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10차례가 넘는 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제도를 소비자에 불리한 쪽으로 바꾸려고 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을 두고 "국민들에게 코로나 동안 살아남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 할망정 국민 불안을 사는 그런 방법을 내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직후 항공사들은 유동성이 막혀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라며 "파일럿, 승무원, 정비 등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항공업계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정책적 지원과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번 개편안이 나오자 정부나 국민 모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역별로 구분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실제 운항거리별로 나눠 세분화하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거리 항공권 발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편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한항공은 비판 여론이 일자 제도 개편을 보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