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통합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003490)이 잇단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를 소비자에 불리한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와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항공기 내 서비스 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기 전부터 논란이 일자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을 재입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한항공은 20일 추진하고 있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일리지와 관련한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내용의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개편안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 차감 폭은 줄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인기 장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부담이 확 늘어난다.
◇ 소비자·국토부·여당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개선해야"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개편안은 개악'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대한항공은 "현재 중장거리 국제선 왕복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일리지 보유 회원은 전체의 약 10%"라며 단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 폭을 줄이고 중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 폭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이 적어, 개편 전에 마일리지를 소진하고 싶어도 쓸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보너스 좌석은 공정거래위원회 권고 수준인 전체 좌석의 5% 정도로 알려졌다.
정부와 정치권도 대한항공을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았고 국민들의 성원 속에 생존을 이어왔다"며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다시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대한항공은 주무부처 수장인 원 장관이 강하게 비판하자 지난주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 "고객에게 물 한 병 못 주나" 승무원 내부고발
최근에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자신을 대한항공의 승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대한항공 고객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며 승객에게 제공하는 물, 기내식, 어메니티(편의용품)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A씨는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게) 물 330ml 주는 게 그렇게 아깝나"라며 대한항공의 낮아진 기내 서비스 질을 비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이코노미,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 이상 승객들에게만 330ml짜리 생수를 제공하고, 고객이 추가로 생수를 요청하면 승무원이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준다. A씨는 또 코로나19 이후 적어진 기내식 양과 낮은 질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승무원에게 제공되는 식사 역시 형편없다고 적었다. A씨는 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밀(승무원 기내식)을 승객에게 제공한다고도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본격적인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고객의 편의는 무시하고 있다고 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면 미국·서유럽 등 인기 장거리 노선은 합병 항공사가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외항사를 대상으로 운수권 배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국내 LCC 중 장거리를 뛸 항공기를 보유한 곳은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당국의 2단계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재입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U 집행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2단계 심사 이유를 설명했다.
한 소비자는 "두 사의 합병을 응원했는데, 대한항공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이전처럼 대형 항공사가 두 곳은 있는 게 고객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고객 눈높이에 맞지 않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한 권고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