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지분을 둘러싸고 하이브(352820)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PD), 카카오(035720)와 SM 경영진이 대결 구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SM이 하이브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오는 3월 1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해 에스엠 지분 4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SM이 경영권 방어를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는 모습이다.
자사주는 주로 주가를 부양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매입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식 한 주당 순이익이 높아진다. 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오르곤 한다.
SM은 과거 2013년과 2017년에 '자사주 보유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각 5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58만5600만원어치(16만주)는 2018년 임직원 스톡그랜트(주식 지급)를 위해 처분됐다. 2020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1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고 임직원 스톡그랜트 지급에 132억원어치(18만4500주)가 쓰였다. 이후 SM은 2021년에 다시 1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1년 동안 매입이 없어 올해 5월까지로 계약이 연장된 상태다. 지금껏 SM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진 적은 없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SM은 하이브의 지분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또다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 기준 SM의 자사주 매입 한도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SM이 최대 한도만큼 자사주를 사들인다면 400만주 이상 확보가 가능한데, 이는 전체 주식의 17%가량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직접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쓸 순 없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로 이끌 수 있다. 현재 SM 주식은 하이브가 공개매수하겠다고 한 12만원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이브는 3월 1일까지 개인주주가 가진 에스엠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인데, 주가가 이보다 높으면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사라진다. 하이브의 주식 인수를 반대하는 SM 입장에서는 주가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PD와의 결별을 이끈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앞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가 너무 낮다고 지적하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M이 실제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은 이달 초 '회사 경영상의 목적'을 이유로 카카오(035720)를 대상으로 한 신주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주가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시점에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성장이 더딘 기업들이 내리는 선택 중 하나"라며 "증자하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SM의 자사주 매입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최근 발표한 경영비전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SM 경영진은 멀티 프로듀싱을 골자로 하는 'SM 3.0′을 발표한 바 있는데, 기존의 프로듀싱 체계를 여러 갈래로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사외 레이블을 인수하고 퍼블리싱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향후 투자 방안도 담겼다. SM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계획과 관련해 "지금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