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둔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이 새 주인을 찾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른바 '지역 항공사'들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취항 10개월 만에 문을 닫은 '에어포항'과 지난해 대기업에 매각된 '에어로케이' 등 지방 공항 활성화라는 취지는 달성하지 못한 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LCC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최근 삼정KPMG와 KR&파트너스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경영권 변동을 포함한 외부 자금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에서 투자한 항공사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했고, 같은 해 11월 양양국제공항에서 첫 취항을 시작했다.
플라이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초 직원 임금 체불 논란까지 불거졌다. 재정난이 지속하자 플라이강원과 강원도는 '모(母)기지 이전 검토', '면허 박탈 위기'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더 이상의 현금 지원은 어렵다'며 플라이강원의 홀로서기를 주문했다. 플라이강원은 이번 자금 유치 및 화물운송업 확장으로 재기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방 공항의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무분별한 지역 거점 항공사 설립 허가가 플라이강원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2010년대 초반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항공사 설립에 발 벗고 나섰다. 인천과 김포 등 일부 공항에만 쏠려 있는 여객을 분산하고 지방 공항을 살리기 위해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적은 자본금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LCC는 각종 변수에 취약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지 않은 항공사들은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하다. 지자체에서는 항공업이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믿지만,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플라이강원 매각 배경은 과거 포항시가 투자했던 에어포항 매각 상황과 비슷하다. 포항시는 2017년 포항공항 활성화를 위해 ㈜동화전자와 중국 자본의 힘을 빌려 '에어포항' 법인을 세우고 항공기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당시 사드 이슈라는 변수로 자본금 49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한 중국 기업이 갑자기 투자를 보류했고, 결국 취항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로부터 약 5억원을 지원받고 2021년 1월 첫 비행기를 띄웠던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대명화학그룹에 매각됐다. 에어로케이는 매각 이후에도 항공기 1대만으로 청주와 제주를 오가고 있다.
숱한 지역 거점 공항 실패 사례에도 대구·경북은 신공항 완공에 맞춰 울릉공항을 오갈 거점 항공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릉공항은 1200m의 짧은 활주로 탓에 작고 가벼운 50인승 이하 프로펠러 항공기만 이착륙할 수 있다. 앞서 경북도는 2018년에 거점 항공사 설립 수익성에 관한 외부 연구를 진행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현재 울릉공항을 오갈 항공기를 갖춘 항공사는 하이에어 뿐이다. 그러나 경북도는 하이에어를 거점 항공사로 데려오거나 다른 항공사들이 소형 항공기를 갖추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거점 항공사를 세우겠다는 뜻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도는 기존 대구 거점 항공사인 티웨이항공(091810)에 국제선을 맡기고, 새로운 항공사는 국내선만 운항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자체가 국민의 국내 여행 수요를 너무 맹신하는 것 같다. LCC가 우후죽순 늘어나 노선 경쟁이 치열해지면 국내 항공사들끼리 경쟁하며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