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의 북미 진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지에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업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로 꼽힌다. 좋은 양극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가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로는 LG화학(051910), 에코프로비엠(247540), 포스코케미칼, 앨엔에프가 있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8일(현지 시각)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 배터리 회사 얼티엄셀즈의 테네시 공장을 방문했다.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와 테네시주에 각각 1,2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3공장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미시건주에서 지어지고 있다. 옐런이 LG에너지솔루션을 방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 방한 당시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배터리 양극재 관련 이미지. /LG화학 제공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정부가 친환경 산업에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지 정책 움직임에 발맞춰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세액공제, 보조금 등 최대 3690억달러(약 456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8월 발효됐고, 세부 시행 규정을 다듬는 단계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배터리 소재 업체에도 자연스레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소재 업체들은 현지에 나가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 또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해외 완성차 업체의 현지 합작 법인과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를 거치지 않고 해외 완성차 업체와 직접 협력하거나,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도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성장에 힘입어 북미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테네시주에는 오는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은 LG화학 양극재 생산을 위한 첫 북미 생산기지다. 그동안은 유럽과 중국에서 양극재를 만들어왔다. 지난해 7월에는 GM과 향후 2030년까지 95만톤(t) 이상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까지 북미에서 18만t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가 3월 IRA 개정안을 발표하고 나면 공장 설립 등 구체적인 북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양극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합작공장과 단독공장 설립을 모두 추진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5월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에 투자하며 북미 진출을 공식화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최근 삼성SDI(006400)와 향후 10년간 4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 공급 계약으로, 포스코케미칼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거래를 해왔다. 이번 계약으로 북미 시장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주요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다. GM과 북미 양극재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이고, 향후 현지 완성차 업체와 음극재 투자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로 모두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배터리 소재 업체는 양극재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늘었다. LG화학은 처음으로 연간 매출 51조원을 돌파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했지만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사업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양극재를 포함한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약 8조원으로 전년대비 67% 증가했다. LG화학은 올해 양극재 생산량을 지난해와 비교해 50%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 그룹도 처음으로 연간 매출 5조원을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비엠 성장이 전체 회사 실적을 견인했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32.5% 증가한 382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엘앤에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원, 3000억원대로 전년대비 각각 4배, 7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액은 66% 증가한 3조3019억원, 영업이익은 36.3% 증가한 1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배터리 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58.7%)은 처음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 양극재·음극재 매출은 127.6% 증가한 1조9383억원, 영업이익은 287.1% 늘어난 150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7.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