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억눌러왔던 전기요금이 지난해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금속기업의 제조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업황이 부진해 전기요금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철강·금속기업들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했었다면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철강·금속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은 지난해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최대 16.6원 올렸다. 약 12% 오르는 것으로 국내 최대 전기로 업체인 현대제철(004020)은 약 600억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게 된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로 업체 동국제강(460860)과 세아베스틸 등도 전기요금 비용이 200억원 안팎 늘었다.
고려아연(010130)도 지난해 4분기에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이 200억원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수용액 전해조에 전극을 담그고 일정한 전류·전압을 가해 수용액 속의 이온을 금속으로 추출하는 전해제련을 하는 고려아연도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철강·금속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더 올렸다. 한전은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h당 51.6원을 올려야 해 2분기에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 기준 발전원가는 ㎾h당 162.6원으로 전달보다 8.2% 내렸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8.3% 높다.
철강·금속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분을 지속해서 제품 가격에 반영할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기로 대표 제품인 철근의 경우 올해 1월 판매량이 약 62만톤(t)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비수기이고 설 연휴가 끼어 있었던 점도 있지만, 건설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강·금속기업들은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때 안 올려 부담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이 모두 전기요금을 올렸고, 유럽에선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까지 했다"며 "문제는 그동안 못 올렸던 것까지 한번에 올리다 보니 인상 폭이 너무 큰 점"이라고 말했다.
철강사 관계자 역시 "차라리 전방 산업 수요가 좋았을 때 전기요금을 올렸으면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건설, 가전 등의 상황이 나빠진 지금 얼마나 전기요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