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잇달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발표하면서도 올해 전망치는 크게 낮추고 있다. 운임 하락 속도가 가파르고,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A.P. Moller - Maersk)는 지난해 연간 매출 815억달러(약 100조원), 세전이익(EBIT) 309억달러(약 39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32%, 세전이익은 57%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세전이익이 51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3% 줄었다.

머스크의 컨테이너선이 지브롤터 해협에서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을 향해 운항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올해 연간 세전이익 전망치를 20억달러~50억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이익 규모가 최대 95%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빈센트 클레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시장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해운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일본 컨테이너 3사 통합법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도 눈높이를 낮췄다. ONE은 2022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월~3월) 세전이익을 9억2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보다 82%, 전 분기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낮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해운시장 스폿(Spot·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이 지난해 내내 내림세를 보였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1006.9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동기보다 80% 낮다. 스폿 운임을 따라 보통 1년 단위로 맺는 장기계약 운임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올해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4분기에 처리한 물동량이 전년 동기보다 14% 감소했다. ONE도 같은 기간 처리한 물동량이 9%가량 줄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조 컨테이너선이 대규모로 투입될 예정인 상황에서 수요(물동량)까지 줄면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MM(011200)에 대한 실적 예상치도 내림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이 지난해 4분기 1조1545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3개월 만에 6000억원가량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HMM이 올해 1조85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8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HMM의 민영화 절차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업황이 가장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은 이달 중으로 매각 컨설팅 자문사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