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267250)(옛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경쟁하는 STX중공업 인수전이 패키지 매각이라는 변수를 맞게 됐다. STX중공업을 소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선박부품 제조업체 캐스코 매각도 진행 중인데, STX중공업과 원매자가 겹치면서 패키지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이달 중 진행하려던 STX중공업 본입찰을 다음달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연기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캐스코 매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캐스코 예비입찰에 STX중공업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 중 하나인 PEF 운용사 소시어스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STX중공업 매각 초기부터 인수 후보군에 캐스코 패키지 매각을 제안했으나 원매자들이 원하지 않아 개별 매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소시어스가 STX중공업에 이어 캐스코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STX중공업 본입찰을 연기한 것도 소시어스의 패키지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관(왼쪽)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각사 제공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HD현대가 자본력으로 가격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니 소시어스가 캐스코 인수 참여로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000880)와 HD현대는 캐스코 인수전 참여를 놓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패키지 매각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양사 모두 캐스코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STX중공업 인수전이 한화와 HD현대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한화나 조선업 수주 세계 1위 HD현대 모두 STX중공업 인수로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TX중공업 인수에 실패할 경우 국내 조선업 주도권을 둘러싼 첫 대결에서 밀려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캐스코의 몸값도 양사에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캐스코는 2021년 별도기준 42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을 기록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캐스코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는 에비타 멀티플(EV/EBITDA)의 6배인 210억원으로 책정됐다. 에비타 멀티플은 기업가치(EV)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EBITDA)의 몇배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캐스코 매각가는 250억원 수준이다.

STX중공업 예상 매각가가 1000억원가량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패키지 매각가는 1200억~13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측 역시 두 오너 3세의 인수전 참여에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