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이 양 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고 석유화학 제품도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의 사업다각화에 도움을 주고 있고, 롯데케미칼의 사업 규모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2014년 5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함께 만든 회사다. 지분은 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를 갖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설립과 함께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내 약 26만㎡ 부지에 MX(Mixed Xylene·혼합자일렌) 공장을 세우고 2016년 11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13만배럴(Bbl)의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정제해 각종 화학 제품의 원료인 MX와 경질 나프타를 각각 연간 120만톤(t), 100만톤씩 생산한다. 경유·항공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도 하루에 약 5만배럴씩 만들고 있다.
MX는 주로 방향족(芳香族·aromatic) 화학제품을 만드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공정에 쓰이는데, 최종 재처리 과정을 통해 합성섬유, 플라스틱, 휘발유 첨가제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경유·항공유 등은 현대오일뱅크가 이어받아 수출하고, 경질납사와 MX 등 석유화학 제품은 롯데케미칼이 판매하는 구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합작사 형태로 제품을 만들면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매출과 생산을 늘릴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며 "양 사의 기존 고객을 공유해 거래처가 늘어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며 사업다각화 효과를 얻는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각종 부산물을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면 수직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시장에 진입하는 데 다소 부담이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으며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현대케미칼은 2018년부터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대산공장 내 약 66만㎡ 부지에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인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공장도 신설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올레핀족과 방향족 분야로 나뉘는데, 기존 MX 공장에서 방향족 제품을 생산했다면 HPC 공장을 통해 올레핀족 제품까지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HPC 공장은 지난해 6월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했고, 연간 최대 생산량은 에틸렌 85만톤, 프로필렌 50만톤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HPC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토대로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태양광 패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HPC 공장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를 연간 30만톤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단일 라인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생산량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공장을 활용해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작년 10월 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 LG생활건강(051900)과 함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사는 LG생활건강에서 만드는 화장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만들고, 향후 세제 용기, 생활용품 용기 등으로도 제품군을 확장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케미칼은 보유 중인 정유·석유화학 공정을 활용해 연간 최대 3만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처리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 향후 설비 규모를 10만톤까지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등을 통해 향후 기초 소재, 에너지 소재,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현대케미칼의 실적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급락, 글로벌 수요 위축 등 영향으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38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케미칼을 통해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저렴하게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의 친환경 사업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핵심 자회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