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영화를 마친 중형조선소 대한조선이 한솥밥을 먹게 된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과 영업 및 시스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신규 선박을 수주할 때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문제는 여전히 고민인 상황이다.
과거 대주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조선은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이 됐고 2011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맡았다. 2014년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2015년부터 KDB산업은행이 관리하다가 작년에 KHI그룹에 매각했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최근 그리스 선주 레스티스 가(家)의 골든에너지메너지먼트로부터 수에즈막스(15만8000DWT급) 유조선 1척을 수주했다. 2025년 초가 납기다. 옵션 물량 1척까지 추가로 수주할 경우 최대 2척을 건조하게 된다.
선가는 척당 7700만 달러로, 대한조선이 지난해 가을 다른 선주와 계약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계약 물량이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스크러버가 탑재된 친환경 선박인 것과 달리 골든에너지와의 계약은 스크러버가 탑재되지 않아, 사실상 더 높은 선가를 받았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은 골든에너지가 6년만에 처음 건조하는 수에즈막스급 선박으로 대한조선과는 첫 거래다. 이는 골든에너지가 KHI와 한 식구가 된 케이조선과의 거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골든에너지는 그간 수에즈막스보다 작은 MR(4만9800DWT)급 위주로 10여척의 선대를 운영해 왔는데, 대부분 케이조선이 2020~2022년 건조한 물량이었다. 골든에너지가 유일하게 갖고 있었던 기존 수에즈막스급 선박도 케이조선이 건조했다.
대한조선의 이번 수주 배경에는 대한조선과 케이조선을 함께 지휘하는 KHI의 김광호 회장이 그리스 선주들과 직접 미팅을 하는 등 영업 통합의 덕을 봤다는 평가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KHI는 구 STX그룹의 전산 시스템을 담당했던 포스텍(ForceTec)도 인수해 대한조선과 시스템 통합도 본격화한다. 이달 초 마감된 포스텍 인수 희망자 모집에는 KHI만 나섰고, 이에 따라 늦어도 3월이면 인수 과정이 마무리 될 계획이다.
포스텍은 케이조선, STX중공업, STX엔진(077970) 등 과거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전산 시스템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대한조선은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 아래에서 관련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케이조선과 같은 포스텍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양 조선소간 협업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대형 탱커(액체 화물선) 시장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두 회사는 최근 조선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부활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한국의 대형 조선 3사와 달리 두 중형 조선소는 선수금지급보증(RG) 한도라는 묵은 과제를 안고 있다.
골든에너지와의 계약도 현재 RG 한도가 가득 찬 상태라, 건조 중인 물량을 인도한 뒤 RG를 발급 받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점점 커지는 액체 화물선 시장에서 중형 조선소가 수주 잔고를 대폭 늘리기 위해서는 RG 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