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HMM(011200) 매각 타당성 검토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 해체하기로 하면서 해운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HMM 민영화와 해운산업 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사전 검토를 위한 컨설팅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매각 방식이나 매각가 산정은 물론, 사실상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의 경쟁력까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HMM의 지분 40.7%를 보유한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시기와 인수 대상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연내 타당성 검토를 마무리하려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는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 HMM 제공

변수는 새판짜기에 들어간 글로벌 해운시장이다. 선복량 기준 세계 1위인 스위스 MSC와 2위 덴마크 머스크(Maersk)는 2025년 1월부로 해운동맹 2M을 해체하기로 했다. 2M은 2015년 결성 후 해운시장을 주도해온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해운동맹은 정기 항로에 취항하는 선사 간 과당 경쟁을 피하기 위해 운임이나 영업조건 등을 협정하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따로 움직일때보다 더 많은 노선을 운영할 수 있고 물량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어 경쟁에서 유리하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MSC가 중고선을 사들이고 잇달아 선박 건조계약을 맺으면서 머스크와의 결별 가능성을 점쳐 왔다. MSC가 인도받을 예정인 선박만 133척·182만5000TEU다. 기존 선복량까지 합치면 총 854척·645만6000TEU(용선 포함)로 몸집이 불어난다. 기존에 운영하던 정기 항로를 홀로 유지할 수 있는 선복량으로 사실상 해운동맹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머스크는 인도 예정 선박을 포함해 규모가 733척·459만TEU로 혼자서 기존 정기 항로를 모두 유지하기 어렵다. 해운업계에선 머스크가 육상과 항공 물류까지 통합하는 작업에 집중해왔던 만큼 단기간에 선박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중고선과 신조선 가격까지 모두 폭등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2M 해체 후 남은 해운동맹에 합류하기도 쉽지 않다. 특정 해운동맹의 점유율이 너무 커지면 주요국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HMM을 비롯해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陽明)해운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머스크가 합류하면 아시아~유럽 노선 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COSCO), 대만 에버그린(EVERGREEN)과 꾸린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에 머스크가 들어가면 아시아~미주 노선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스페인 알헤시라스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머스크(Maersk)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3대 해운동맹 체제가 4개 이상의 해운동맹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해운동맹이 늘어나면 물량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는 HMM에 악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치킨게임 끝에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4대 해운동맹도 3대 해운동맹으로 재편됐던 것"이라며 "다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HMM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매각 과정에서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새 80% 하락한 상황에서 HMM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또 5월 전후로 마무리되는 장기계약 협상에서 적정 운임으로 물량을 확보했는지 등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시황이 떨어진 상황에서 HMM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관심이 클 것"이라며 "HMM의 상반기 성적표에 따라 매각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